매일신문

안강농협에 심복 심기 '빗나간 집착'…최원병 중앙회장에 돌아온 부메랑

조합장 후임에 사촌동생 앉히기도…반대세력 조합장 당선에 와신상담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집사'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통하던 경주 안강농협의 A(63) 전 이사가 최근 검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검찰이 최 회장을 정조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초 리솜리조트 1천억원대 특혜대출 의혹 때 혐의점이 없어 사법처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였던 최 회장이지만 최측근 A씨가 구속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검찰은 농협물류 협력업체에서 사업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A씨를 최근 구속했다. 검찰은 A씨가 자신 소유의 땅을 최 회장에게 헐값에 넘긴 사실도 확인해 거래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농협 출자회사인 B사 고문을 6년간 맡아 연간 40%대의 고성장을 시켰으며, 포항 하나로마트 납품 관련 영향력이 크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농협 내 큰 손'으로 통했다.

경주 안강읍민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사필귀정이란 말을 써가며 한결같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이 안강농협을 기반으로 경북도의원 4선과 농협중앙회장 자리를 꿰찼으면 지역 단위 농협의 조합장 등 지역의 일은 지역에 맡겨야 하는데, 회장이 당선된 뒤에도 자신이 6선을 했던 안강조합장 선거에 깊숙이 개입, '홈그라운드'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 안강읍민은 "최 회장은 안강을 개인의 왕국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의 독선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

최 회장은 중앙회장에 당선된 후에도 안강조합장의 '내 인물 심기'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얘기다. 결국 안강읍민들은 안강조합장선거를 후보 대 후보가 아닌 '최 회장 후보-최 회장 반대 후보' 개념으로 선거를 봐왔다.

최 회장은 중앙회장으로 간 후 곧바로 후임 안강조합장에 사촌 동생인 최덕병 씨를 조합장으로 앉혔다. 그러나 이다음엔 최 회장의 반대세력인 정운락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후 임기를 마친 정 조합장이 재선에 도전하자 최 회장은 최측근인 A씨를 후보로 내세웠고, 결과가 A씨의 패배로 나타나자 농협중앙회를 앞세워 농협자재창고 확장 과정의 횡령 등 문제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당선자인 정 조합장 직무를 정지하는 개선조치명령을 내렸다.

정 조합장은 이 같은 개선조치명령에 반발, 지난 6월 개선조치 진행절차중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며, A씨의 구속 하루 전인 이달 17일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정 조합장의 손을 들어줬고 정 조합장은 A씨 구속 당일 조합장으로 복귀했다.

안강농협 한 조합원은 "자신의 출신지인 안강농협에 대한 최 회장의 지나친 집착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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