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시즌에만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다. 한 시즌에 두 편의 한국 천만 영화가 탄생한 것은 새로운 기록이다. 항일 독립군이 활약하는 시대극 '암살'과 재벌에 맞서 싸우는 간 큰 경찰의 시원한 액션 코미디 '베테랑'이 1천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지금도 극장가에서 순항 중이다. 역대 영화 흥행 순위 7위, 5위를 각각 기록 중인데, 두 영화는 여전히 흥행 선두를 지키고 있으므로 이 영화들의 최종 기록이 궁금해진다.
지난 한 주에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애증을 담은 사극 '사도'가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새로운 흥행 강자로 등극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영 어덜트 무비(young adult movie)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젊은 세대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며 흥행 2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다양성 영화인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110만 관객 동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추석 시즌에 새롭게 선보일 영화들의 면면들을 보면 지금까지 형성된 흥행 기류에 어떤 파열음을 낼 것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한다.
◆서부전선=전쟁 코미디 '서부전선'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각본을 쓴 천성일 감독의 연출작이다. 믿고 보는 연기의 달인 설경구와 충무로의 떠오르는 스타 여진구, 투 톱 영화이다. 휴전 3일 전,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지만, 인민군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문서까지 모두 잃게 된다.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여진구)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혼자 남게 된다. 탱크를 끌고 홀로 북으로 돌아가려던 영광이 우연히 남복의 비밀문서를 손에 쥐게 되고 서부전선에서 단둘이 맞닥뜨리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밀문서를 가진 남한 병사와 탱크를 가진 북한 병사의 대결이 웃음 코드에 담긴다.
◆탐정: 더 비기닝=코믹 탐정 수사물 '탐정: 더 비기닝' 역시 남자배우 투 톱 영화로, 권상우와 성동일의 코미디 앙상블에 초점을 둔다.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은 아기 돌보랴, 만화방 운영하랴, 부인 눈치 보랴 일상에 치여, 셜록급의 추리력은 당최 쓸 데가 없다. 그런 대만의 유일한 낙은 경찰서 기웃거리며 수사에 간섭하기이다. 광역수사대 최고의 엘리트였던 레전드 형사이지만 지금은 좌천된 노태수(성동일)는 형사 뺨치는 실력의 대만이 눈엣가시 같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이자 강력계 형사인 준수(박해준)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고,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비공식 합동추리작전을 시작한다. 그렇게 사사건건 부딪치기만 하던 그들 앞에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선균, 최강희 주연의 '쩨쩨한 로맨스(2010)'로 데뷔한 김정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시네아스트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예술영화 취향의 관객층을 공략한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본상과 남우주연상(정재영)을 수상했다. 실수로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그는 다음날 특강을 기다리며 들른 복원된 궁궐에서 윤희정(김민희)이라는 화가를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서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술을 마신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고, 다른 카페로 이동하여 술을 더 마신다.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함은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할 수 없이 말하게 되고, 윤은 함에게 실망한다. 이런 비슷한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이어진다. 두 번째 상황은 첫 번째 상황의 변주다. 함춘수는 보다 솔직해져 있다. 영화는 판단의 차이로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상황을 표현한다. 전작 '자유의 언덕'(2014)에서 뒤섞인 편지로 인해 기록이 뒤섞이고, 그에 따라 시간의 배치도 달라져 버리고 마는 영화적 배열에서 감독은 자신의 예술적 자의식을 표출했다.
◆에베레스트='에베레스트'는 오랜만에 나온 산악영화이다. 가장 높은 꿈을 꾼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상업등반대가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 후 하산하다 다섯 명의 사망자를 내었는데, 등반에 참여했던 저널리스트 존 크라카우어가 논픽션 서적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 이 사건을 기록하여 세상에 알렸다. 영화는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뜨거웠던 1996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상업 등반 가이드 롭 홀(제이슨 클락)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 갓 뛰어든 등반 사업가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최고의 등반대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다. "실제 에베레스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감독의 호언대로 영화는 완성도 높은 시각적 재현을 자랑한다.
◆인턴=로버트 드니로가 인턴사원으로, 앤 헤서웨이가 상사로 출연, 뒤바뀐 상황에서 펼쳐지는 코미디 '인턴'은 '로맨틱 홀리데이'(2006) 등 로맨틱 코미디의 강자인 낸시 마이어스의 신작이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 신화를 이룬 줄스(앤 해서웨이)는 세련된 패션 센스,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체력 관리, 야근하는 직원 챙겨주기, 고객을 위해 박스 포장 직접 하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완벽한 30세 여성 CEO이다. 한편,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채용된다. 집안의 가장으로 나선 유능한 여성과, 필요한 순간에 현명한 조언을 던지는 나이 든 인생 선배의 앙상블이 힐링의 순간을 제공한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도 극장가를 다채롭게 한다. '뮨: 달의 요정'은 태양과 달을 지키는 요정들이 존재하는 신비로운 빛의 세계를 그린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쿠바, 스페인 합작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더 매직: 리틀톰과 도둑공주'는 기상천외한 소재와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로 눈을 즐겁게 한다. 평생의 짝을 찾아주는 말하는 마법 거울과 태양을 가릴 정도로 높이 자란 떡갈나무, 괴력의 거인, 황금에 눈이 먼 마녀, 밤마다 도둑으로 변신하는 미녀 공주까지 개성 넘치는 인물로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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