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항상 성장하고 지속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인류 역사상 문명을 지배했던 도시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가 하면 이름도 없던 조그만 마을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를 주도했던 영국의 리버풀과 미국의 디트로이트 등은 쇠퇴했고, 사람이 살지 못할 거라 여겼던 미국 플로리다와 남부 사막지대는 가장 가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로 부상했다.
사회적 환경이 변하면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최근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시대, 다문화 사회 등 새로운 사회적 환경과 맞닥뜨렸고, 도심 확대'개발 일변도에서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등 사회적 여건이 변하면서 새로운 도시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민의 요구 충족을 위해 도시계획에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것도 도시계획 패러다임 변화 중 하나다.
◆전통적인 도시계획
전통적인 도시계획은 산업사회의 각종 도시문제 해결이라는 과제에서 출발했다. 산업과 정주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엄격한 용도분리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신규 주거지의 개발 및 공급이 도시계획의 주요 내용이었다.
▷시민 소외, 자동차 중심 도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도시 성장, 인구 증가, 이민, 난개발 등 치명적인 도시문제들이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시스템이 필요해졌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도지역제, 도시공간을 주거'상업'공업지역으로 용도를 분리하는 도시계획제도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특히 1920년대 후반 유럽에서 등장한 모더니즘은 전통 도시를 자동차 중심 도시로 바꿨고, 사람과 차량을 수직적으로 분리했다. 도시에서 공공장소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됐고, 도시 블록의 크기도 급격히 넓어졌다. 또 전통적인 지역 특색을 살린 건축을 포기하고 용도를 분리했다. 이에 따라 획일적인 주택 생산, 상업지구 난립, 듬성듬성하게 지어진 고층건물 건설이 뒤따랐다.
▷우리나라의 근대 도시계획
우리나라도 지난 70년 동안 근대화, 산업화, 세계화, 현대화, 선진화, 도시화, 지방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는 근대화의 산실이었고, 산업화의 현장, 세계화의 창구, 지방화의 시험대, 현대화의 기둥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근대 도시계획은 조선 말, 일제강점기 시절 도입이 추진됐고,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본격화됐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시스템도 모더니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다. 그러면서 건축물과 도시는 점점 거대해졌고, 획일화된 용도와 과도한 밀도로 성장이 가속화됐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특성과 문화는 무시됐다. 그러나 이후 도시계획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요구됐고, 새로운 도시계획시스템에 대한 목마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민체감형 도시계획시스템
대규모 개발사업의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소단위 시설, 프로그램,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됐다. 행정구역 단위의 물적 도시계획보다는 생활권 단위의 소프트한 계획이 주민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시민 생활체감형 도시계획시스템이 필요한 시대를 맞은 것이다. 실제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ICT 및 서비스산업 등 산업구조의 변화, 시민참여, 기후변화와 방재, 지속가능성 등의 키워드가 도시계획의 신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민참여다.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으로의 전환
이용자 관점에서의 시민체감형 도시계획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계획이 기존 행정 중심에서 시민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도시계획 권한의 점진적인 지방 이양과 세분화, 유연화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도시계획시스템도 급격히 변화됐다. 2000년에 들어서는 생태도시, 문화도시, 건강도시 등이 부처별로 추진되고, 환경복원, 마을 만들기 사업 등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도시환경을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도시재개발 및 정비를 합리적으로 해야 할 시대가 되고, 도시재생이 점점 더 절실하게 요구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도시계획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해졌다.
▷지방분권 및 시민참여
지방정부 역할 증대와 함께 시민참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도시기본계획 등의 승인 및 결정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이는 다양하고 폭넓은 주민참여 요구로 이어졌다. 계획 수립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범위가 확산되는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또 고용, 복지, 문화융성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일자리 공급, 복지서비스 제공, 문화적 향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한 행복체감형 생활권계획, 고용복지문화시설을 연계하는 도시계획도 요구되고 있다.
김수경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시민참여와 함께 범지구적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등에 따른 친환경 도시계획, 재해대응형 도시계획도 새로운 패러다임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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