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1997' 1화에서 윤제(서인국)가 시원(정은지)에게 "만나지 마라 캐라"가 아닌 "만나지 말라고 해줘"라고 했다면 그 드라마가 그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사투리'는 대중문화 속에서는 '촌스러움'의 상징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 속에서 사투리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사투리만큼 지역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드물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97'은 사투리 사용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다른 매체는 어떠한지 살펴봤다.
◆드라마, 영화-어색한 사투리 연기에 몰입도 '꽝'
지난해 방영된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경북 경주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초반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비판의 지점은 다름 아닌 '사투리'였다. 여주인공 '차해원' 역을 맡은 김희선을 비롯해 출연자들의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비판이 극 초반부터 쏟아져 나왔다. 시청자들은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경북이 아닌 경남 사투리와 억양으로 연기하고 있다", 또는 "김희선의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라기보다는 코미디언들이 흉내 내는 식의 사투리를 쓰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김희선은 이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부모님 고향이 대구라서 경상도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다"라고까지 한 바 있어 "사투리 연기가 어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기자들이 사투리 연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기자 대부분이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까지 해당 지역에 살지 않은 사람은 그 사투리를 구사하는 데 굉장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해당 지역 출신이라 하더라도 사투리 교정을 받기 때문에 연기할 때 사투리와 표준어가 뒤섞이는 경우가 흔하다. 2012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신은아' 역을 맡은 송선미는 배경이 부산 해운대고로 송 씨 본인이 부산 출신인데도 사투리 연기가 어색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사투리 연기가 어색한 이유는 결국 사투리 연기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투리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제작진들과 배우가 노력하면 사투리 연기의 어색함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투리 연기의 귀재'로 유명한 김지영 씨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경북 사투리를 "대구경북 사람이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사투리 연기를 보여주는데, 김 씨는 "촬영이 없는 날은 사람 많은 시장이나 시골로 가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사투리를 배운다"고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아예 출신 지역을 염두에 두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다.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는 제대로 된 사투리 연기를 위해 해당 출신 지역의 배우를 캐스팅했고, 이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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