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박병욱 '달인의 찜닭' 회장

맛있는 음식 싸게 파니까 아이가 집 밥 안 먹어…"돈 제대로 받아라" 요청

4차례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선 끝에 지난 8월 경영혁신대상 프랜차이즈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병욱
4차례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선 끝에 지난 8월 경영혁신대상 프랜차이즈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병욱 '달인의 찜닭' 대표.

"재벌 2세에서 무일푼이 돼보니, 그제야 돈이 아닌 사람이 보였습니다."

지난 8월 대한민국 신지식인총연합회가 주관한 '2015년 상반기 신지식인 인증식 및 시상식'에서 경영혁신대상 프랜차이즈 부문 대상을 받은 '달인의 찜닭' 박병욱(66'사진) 대표. 그는 "이번 수상이 직원과 고객만을 바라보는 경영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내게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닮았다고 놀리면 '역시 많이 닮았지?' 하며 가까이 지낸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입대 후 첫 휴가 때 가장 먼저 나를 보러 올 만큼 정을 쌓았다"며 "하지만 직원을 교육할 때만큼은 조리법'서비스 정신을 엄하게 가르친다. 노사가 인간적으로 교류하고 고객 서비스 품질도 높인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의 선친은 27년간 낙동강변 황무지 100만㎡를 개간해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5'16 민족상 산업부문 본상을 받은 '독농가'(가업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 인물) 고 박화숙 씨다. 부친의 재산만 믿고 재벌 2세를 꿈꾸던 박 대표는 1984년 낙동강 범람으로 재산 대부분을 잃은 뒤 사과 무역업체와 나이트클럽, 전국 규모 유통체인 등에 손댔지만, 번번이 사업에 실패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그를 살린 것은 1999년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앞에 차린 100만원짜리 분식 포장마차. 그는 가게 앞 현수막에 선언문을 내걸었다. '딱 25일 뒤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3천원에 닷새 동안 제공하겠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호기심이 커질 동안 박 대표는 경기도 수원의 한 인기 분식점 업주로부터 조리법을 전수받았다. 분식만으로 하루 70만원을 벌었다. 어떤 손님은 하루 세 번씩 이곳 음식을 사 갔고, 한 부모는 "이런 걸 싸게 파니까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 제발 돈을 제대로 받고 팔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반응들이 즐거워 싸고 맛있는 음식 제공에 더욱 매진했다.

"포장마차 근처에서 두리봉터널 공사를 하던 인부들에게 수개월 동안 공짜 음식을 제공했더니 공사가 끝난 뒤 그들이 '장사 더 잘하시라'며 주민 서명을 받아 바로 앞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줬어요.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보란 듯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4년 찜닭 메뉴를 연구해 음식점을 차렸다. '실패'재기의 달인'이라는 뜻에서 '달인의 찜닭'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 자회사 달인식품을 세워 짭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을 직접 개발했다. 달인의 찜닭은 창업 10년 만에 대구경북에 55개의 가맹점을 확보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도권과 북미 한인타운까지 영역을 넓힌다. "돈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돈을 벌어다 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을 위해 살고 사람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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