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바른 역사교과서'…"역사적 사실·이념 논쟁 바로잡기 위한 조치"

"경직된 역사 인식 우려…관점 다양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 재조명"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완전 검정 체제로 바뀐 지 6년 만에 국정화로 회귀하게 되자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온 나라가 때아닌 역사논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역사전쟁을 넘어 이념전쟁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근현대사 부분 서술을 둘러싼 대립은 첨예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중고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관을 주입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검정 체제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타협의 여지도 없는 강경론이다. 정부 여당은 4대 개혁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도 뒷전으로 밀어낼 만큼 교과서 문제는 중차대하다는 것이다. 과연 정부 여당은 현행 중고 한국사 교과서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살펴본다.

◆국정과 검정 그리고 다시 국정으로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된 것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을 선포한 이후다. 당시 정부가 구성한 국사교육강화위원회 소속 학자 대부분이 "경직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으나 정부는 국정화를 강행했다. 검정 체제가 다시 도입된 것은 2002년 김대중 정권 아래에서다. 2011년 검정 체제 도입이 완료됐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야 한다는 점을 수용한 결과였다. 그 결과 보수적인 역사관은 퇴조했고 진보 성향 학자들의 역사해석 이론이 교과서에 대거 반영됐다.

이 와중에 뉴라이트(보수) 계열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진보 중심의 역사 해석과 달리 우리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이들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업적을 재조명해야 입장을 펼쳤고, 2013년 이 주장을 담은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전교조를 필두로 한 진보 진영에서는 이 교과서가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파상공세를 벌였다. 그 결과 채택했다 취소하는 학교가 속출, 결국 이 교과서는 전국에 1개교만 채택되는 데 그쳤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 이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논란 끝에 12일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 체제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야권, 학계는 물론 보수진영 일부의 반대에도 교육부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보수진영이 다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교육부가 12일 밝힌 것처럼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교육계 한 인사는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 비율이 극히 미미해 보수진영이 아예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보수진영은 좌파가 역사학계를 장악, 장래 유권자가 될 학생들을 '반 대한민국' 성향으로 세뇌시키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사실 왜곡과 이념 편향성 탓에 국정화하는 것'

교육부는 12일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검정제 도입 이후 역사 교과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을 키우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 왔기 때문에 국정화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시각도 같다. 이들은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현 검정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비상교육 교과서 386쪽을 거론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정당화하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어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386쪽에는 '북한의 실상과 남북 간의 통일 노력'이라는 큰 제목 아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이 소개돼 있다. 주체사상의 개념에 대해서는 '사상에서의 주체, 경제에서의 자립, 정치에서의 자주, 국방에서의 자위를 표방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었다'고 적혀 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표) 가령 금성출판사, 리베르스쿨, 지학사, 천재교육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비상교육 경우 이 사실은 명시적으로 적지 않은 채 국군의 보도연맹원 처형 사실은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3'1운동의 상징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공헌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간단히 적는 데 그쳤고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 등의 활동 사실을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했다고 했다. 반면 월북한 뒤 북한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 조선혁명당 의열단장의 공헌은 교과서 8종 모두 언급한 데다 기술한 분량도 상당하다고 했다. 리베르스쿨 등 4개 출판사의 교과서는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승만, 박정희정부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공(功) 부분 위주로 언급하는 등 교과서 서술 과정이 균형을 잃었다"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학생들이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 교과서(7차 교육과정)와 검정 전환 후 가장 많이 채택된 교과서 3종(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을 두고 분석했을 때 김일성 등 북한 인물에 관한 서술이 늘었다는 논문도 나왔다. 한양대 교육대학원 역사교육전공 권민주 씨의 석사학위 논문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의 수록 인물 분석'이 그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국정 교과서는 '김일성'에 관한 언급이 4회에 그쳤으나 검정 교과서 경우 3종 모두 10회 서술됐다. 권 석사는 "국정 교과서보다 검정 교과서에서 북한 관련 내용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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