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 딛고 정보기술자격…"자신감 생겼어요"

대구세명학교 학생 4명 ITQ 통과…올 4월 첫 개설, 7명 중 과반 취득

올 9월 ITQ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이성빈
올 9월 ITQ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이성빈'김소영 학생. 대구세명학교 제공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지루하고 재미없었지만, 타자왕과 문서작성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시험을 치게 되었고, 늘 하던 대로 했더니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습니다."(이성빈 군)

"합격통지서를 받으니까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 다가올 취업도 열심히 준비할 거예요."(김소영 양)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정보기술 자격시험에 정신지체 장애 학생들이 합격,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신지체 공립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교장 박철진)에 재학 중인 학생 4명이 정보기술자격(Information Technology Qualification, 이하 ITQ) 시험을 잇따라 통과했다. ITQ시험은 기업, 기관, 단체 구성원들이 가진 정보기술 활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수화'등급화하는 국가공인 시험이다.

대구세명학교는 올해 4월 대구경북 특수학교로는 최초로 ITQ 자격증반을 개설했다. 이 강좌는 학생들의 진학과 취업에 도움을 주고 잠재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마련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다.

수업에 참여한 7명의 학생 중 김태영(고2), 정동섭(전공과) 군이 지난 6월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이성빈(중1) 군, 김소영(고3) 양이 9월 12일 시험을 통과해 당당히 자격증 보유자가 된 것이다. 이로써 세명학교는 ITQ 자격증반을 개설한 지 4개월 만에 과반수의 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해 내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 같은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격증 취득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이었다. 그리고 학생들 상호 간의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도 큰 몫을 했다. 담당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서로 돕고 격려하며, 끊임없이 반복 학습과 연습을 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처음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한글 타자 연습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판을 익히고 연습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했다. 그 결과 처음 200타에도 못 미치던 타자 속도가 400타를 넘어서게 되었다. 한글 타자 연습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후에는 본격적인 문서작성 기능을 공부해야 했다.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한 반복 연습으로 학생들은 처음 글자 입력 정도만 가능하던 실력이 표, 도형, 그래프, 차트 등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도전 타자왕' '오늘은 내가 문서작성 전문가' 등 교내 이벤트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며 스스로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학교 박철진 교장은 "비장애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정보기술 자격시험에 합격한 것만 해도 대견한데 벌써

ITQ 자격증반의 과반수가 자격증을 취득했다니 정말 기쁘고 흐뭇하다"며 "아직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도 자격증을 취득하는 그 날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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