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고 입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유전적 운명' 바뀐다…『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정경 옮김/김영사 펴냄

19세기 중반 멘델의 완두콩 유전 형질 실험을 통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유전 법칙이 성립된 이후, 우리는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형질을 가졌는지 확고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배웠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를 조금씩 물려받아 잘 섞인 것, 그게 바로 지금의 우리 자신이다.

인체생리학과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이면서 새로운 항생제인 시데로실린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을 상은 받은 과학자인 저자도 우리 삶이 유전자에 의해 조형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유전자가 움직이는 방식이나, 유전되는 방식이 변화되지 않고 고정적인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뒤집는다. 우리가 사는 곳,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의 사회적 경험과 감정이 유전자를 바꾸고, 유전적 운명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친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한 그룹의 연구자들은 일란성 쌍둥이들을 다섯 살 때부터 연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완전히 동일한 DNA를 가졌고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었다. 쌍둥이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다섯 살 때에 보이지 않았던 놀랄 만한 후성유전학적인 차이를 발견했다. 쌍둥이 중 집단 따돌림을 당한 한 명에게 의미 있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는 집단 따돌림이 실제로 유전자들이 작동하는 방식과 삶을 좌우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키며, 또한 우리가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만성적으로 둔화된 코티솔 반응을 유발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길게 보면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같은 심각한 심리학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그런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독자들에게 너무 겁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82쪽, 85쪽

과당 분해효소를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하는 '유전성 과당 불내증'을 가진지 모른 채 의사의 권고에 따라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는 채식 식단으로 바꿔 간암에 걸리고만 요리사 제프, 유전자 검사에서 자궁암과 유방암 확률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발견하고 유방절제술을 받은 안젤리나 졸리, 다른 어린아이들처럼 진통제로 쓰이는 약을 처방받고 모르핀 과다로 숨진 메간, 골형성 부전증으로 뼈가 수시로 부서지는 어린아이, 잘못된 단백질 섭취로 지적 장애아로 변한 쌍둥이 등 자신이 물려받은 유전적 운명에 그대로 순응하여 원치 않는 삶을 살게 된 사례부터, 이와 반대로 자신의 유전적 필요에 맞는 생활방식이나 섭생, 의학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스스로 유전적 운명을 뒤바꾼 이들의 감동적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은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누구나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을 수 있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에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도, 치명적인 유전자를 물려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더 나아가 우리의 독특한 유전적 자산을 이해하고, "내 유전적 필요가 가장 맞게 하려면 어떤 영양적 생활방식을 취할 것인지", "내 유전자 타입에 가장 잘 맞는 약과 복용량은 무엇인지" 등 스스로 유전적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삶뿐 아니라 우리 아이와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운명의 흐름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발견해가고 있듯이, 우리의 유전적 힘은 단지 그전 세대로부터 물려 내려오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힘은, 우리가 받았고 또 우리가 물려주는 것들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우리와 아이들의 삶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고 강조한다. 332쪽, 1만5천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