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죽을 준비 됐나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금붕어야 너는 참 좋겠다. 숙제 안 해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 어느 초등학생의 동시다. 아니 초등학생이 이렇게 살아야 돼? 하긴 중학생 형이 초등학생 동생에게 점잖게 말했단다. "참 좋을 때다. 너만 할 때 연애 실컷 해 둬. 중학생 되면 시간 없어." 동생 왈 "형, 나 4학년 아니야. 6학년이야.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 바빠 죽겠는데". 동생의 장래희망은 건물주다.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갈 준비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갈 준비에 이건 사는 게 아니라 전쟁이다. '대학 가서 하고 싶은 거 실컷 해.' 엄마의 잔소리가 완전 뻥이었다는 걸 대학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알게 된다. 취직 공장에 왔는데 취직도 안 시켜주니 알아서 스스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2학년이 되어서도 도서관을 찾지 않는 인간은 친구들조차 인간 취급을 안 한다. 수포자(수학 포기)에서 취포자(취업 포기)가 되는 꼴이다.

변변한 직장에는 아예 취직이 안 된다는 걸 지방 대학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어느 개그 프로에서 '100억원을 주면 지금 나이보다 20년 늙은 채 살아도 좋다, 아니다'라는 토론에서 430명의 청년 중 250명이 100억원 갖고 늙은 채로 살겠다고 답하는 걸 보면서 완전 충격 받았다,

그렇다고 중년들은 편안한가? 아직 놀고 있는 자식을 둔 쉰 세대는 직장살이가 오늘내일인 그야말로 하루살이 인생이다. 정말 잠이 안 온다. 직장 그만두면 뭘 하지, 아직도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퇴직금 탈탈 모아 치킨집 차렸다가 쫄딱 망하고 화병 난 친구를 생각하니 뭘 하겠다는 엄두도 나질 않는다.

오래 산다는 게 축복일까? 있는 놈들에게나 행복이지 늙어서 돈 없고 병들고 고독하기까지 하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노후 연금 마련하는 것도, 잘 죽기 어려운 세상이어서 죽을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사는 게 참 허무하다.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현재를 살지 못하고 끊임없이 준비만 하고 살아야 하는 인생은 죽을 준비까지 마쳐야 겨우 죽을 수 있다.

이렇게 사는 거 말고 다르게 사는 수가 없을까?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불안의 고리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누가 좀 알려줘. 근데 죽을 준비는 하셨나요?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