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노리는 인물들의 물밑 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집안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이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친박과 비박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구미 갑
올해 초만 해도 심학봉 의원의 재선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심 의원의 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서 금배지를 탐내는 인물들이 순식간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이 가운데 김성조(57) 한국체육대학 총장, 백승주(54) 전 국방부 차관, 이인선(55)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등이 눈길을 끈다.
우선 3선 경력의 김성조 총장의 출마 여부가 이 지역에서는 관심사이다. 19대 총선 공천 경쟁에서 심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후 정치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으나 심 의원이 만든 빈자리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는 "현직에 충실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지만 지역 정가는 그의 정치 복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김 총장보다 더 주목을 받는 인물이 백승주(54) 전 차관이다. 지역에서는 그의 전략공천설이 끊이지 않는다. 백 전 차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민주평통일 자문위원, 새누리당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 박 대통령과 말이 통하고 신임이 두터운 측근으로 통한다. 백 전 차관은 현직에 있을 때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말을 아껴왔지만 19일 개각에서 국방부 차관에서 물러난 만큼 본격적으로 총선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번 개각에 백 전 차관이 포함된 것이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인선 부지사는 추석 이후 출마 선언이라던 일정을 11월 이후로 미뤘다. 한창 일손이 필요한 경북도의 내년도 예산 확보와 올해 마무리가 필요한 현안 사업을 챙기는 데 더 매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일들을 마무리해 경제부지사직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출마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 행정관료, 대학교수 등 다양한 경험에다 이공계출신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부산지부장을 지낸 백성태(63)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는 많은 시간을 구미에서 보내며 구미중, 대구상고, 영남대 동문을 중심으로 지지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금오산의 아들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과 경험, 인맥, 철학, 가치관을 바탕으로 구미와 구미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며 20대 총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태식(54) 경상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심 의원의 불명예 퇴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 현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직접 중앙정치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구자근(48) 도의원은 "실추된 구미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구미의 미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 나서야 한다. 생활정치와 지방정치로는 역부족임을 느꼈다"며 총선 출마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구미고 동문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6'7대 경북도의원을 지낸 정보호(62) 구미 송정약국 대표도 출마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검증받지 않은 낙하산 공천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구미를 전국적으로 망신시켰다.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없다.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진섭(49) 전 국회 대변인실 공보담당기획관, 전인철 전 경북도의원 등도 출마를 고민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구민회(59) 전 새정치민주연합 구미시장 후보와 안장환(58) 새정치민주연합 구미 갑 지역위원장(구미시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구미 을
3선의 김태환(72)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고령인 김 의원이 퇴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10여 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김 의원의 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은 올해 73세이지만 한화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72세, 세계적인 정치지도자 넬슨 만델라도 76세에 대통령이 됐다.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다 잘하고 나이 많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은 잘못됐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다 내보내고 젊은 신인들만 모아 놓으면 나라가 잘될 수 없다. 무조건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시민들이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국회는 선수로 통하는 곳인데 경북에서도 다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도전자의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이양호(56) 농촌진흥청장의 출마 여부도 이 지역의 관심사다. 그는 "김태환 의원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고, 나 자신도 현직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구미에 부모님이 있어 가끔 방문하면 지역 선후배와 농민단체에서 출마 권유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김찬영(33)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 청년특보는 최연소이지만 19대에 이어 재도전에 나섰다. 그는 "새누리당의 경선 룰이 정해지지 않아 정치 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철저한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허성우(55)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새누리당의 공천 룰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져도 자신 있다"며 강한 출마 의지를 보였다. 종편 채널을 통해 정치평론가로 활동해 온 그는 "방송을 통해 정치적 경험과 신념, 철학을 알려왔고,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성춘(59) 용인대 교수는 일찌감치 구미로 와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육군 대령 출신인 그는 "국방 최일선 경험을 바탕으로 열정을 불태울 생각이다"고 했다. 장석춘(58)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구미 재도약을 위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가 절실하며, 탄소섬유 등 신소재 분야와 차세대 에너지,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양질의 고용과 함께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겠다"고 했다.
석호진(55) 전 LG디스플레이 노조위원장은 "지역 발전을 위한 정신과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신을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특화된 환경을 잘 활용해 신규 기업 유치, 교육'문화'레저 스포츠 등 정주 여건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겠다"며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김연호(57) 변호사는 해평중학교 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대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 새누리당의 재입당이 불가능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 밖에도 이종형(67) 금오공대 교수, 박해식(56) 변호사, 김대호(63) 전 경북도의회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구미 을 지역위원장과 정의당 소속 이지애 씨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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