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재홍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車 부품·기계산업, IT와 융합…대구경북 특화 브랜드 키워야"

▷1958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출생 ▷대구 삼덕초
▷1958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출생 ▷대구 삼덕초'서울 삼선중'중앙고 졸업 ▷한양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및 미국 위스콘신대 행정학 석사 ▷한양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지역발전위원회 총괄국장 ▷국무총리실 산업심의관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신산업정책관'성장동력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단국대 석좌교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

김재홍(57)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사장은 관료사회에서 후덕하면서도 업무능력이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산업 관련 부처에만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동료들 중 늘 선두를 달렸다. 고위관료로서 자기절제와 공정성을 통해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제2의 인생에서는 '특정 분야의 고수(高手)'가 되는 게 꿈이다. 김 사장으로부터 국내외 수출환경과 전망, 공직경험담을 들었다.

-현 수출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하는데.

▶크게 어렵다. 수출물량은 줄지 않지만, 단가가 떨어지니 전체 수출액이 줄었다. 8개월째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전 세계 교역량이 작년에 비해 11% 감소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폭은 4.8%가량이어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환경 악화 요인과 향후 전망은.

▶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환율변동 등이다. 원유가격이 크게 하락한 바람에 제품 수출단가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또 중국 경제가 잘 돌아가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 수출의 호재가 될 수 있는데, 지금은 산유국인 러시아도 휘청거릴 정도다. 엔화'유로화'위안화의 평가절하도 수출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 이는 신흥국이나 중진국이 선진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금리인상설이 현실화돼 달러가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가 더 휘청거릴 수 있다. 올 연말까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확대를 위한 코트라의 역할은.

▶기업에 대한 수출 지원이 코트라의 핵심 기능이다. 중소기업이 주 대상이다. 특히 내수만 하던 기업을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초기단계부터 도와 수출전문기업으로 육성하고, 종국적으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 첫걸음대전' 등을 통해 내수 전문기업이 외국 바이어들과 상담에서 계약까지 성사되도록 돕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중소기업들이 코트라의 문을 많이 두드려 달라. 찾아가는 홍보와 서비스도 실행하고 있지만, 코트라 홈페이지 등을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향후 중소기업 수출 지원방향은

▶수출 중소기업 수를 대폭 늘리고, 수출영역을 다변화시킬 계획이다.

수출 비중은 대기업이 66%, 중소기업이 34%가량이다. 하지만 수출 중소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수출 중소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의 10%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39%다. 우리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중소기업을 키우고,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수출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겠다. 특히 서비스, 문화콘텐츠,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 등으로 수출영역을 전환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코트라 운영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고 있나.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화된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력네트워크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또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외국 정상의 국내 방문 때 국내외 기업 간 '1대1 상담회'를 마련해 수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코트라는 1962년 설립 이후 53년 동안 전 세계 86개국에 126개 무역관을 설립했다. 독보적인 해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협력네트워크를 구축,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 수출기업은 해외의 정보, 마케팅, 자금,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한데, 코트라의 인프라와 함께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협력네트워크를 통해 종합적이고 체계화된 지원을 꾀하고 있다. 바로 다른 기관과의 '개방형 협업'이다. 그 대상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무역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터넷진흥원, 보건복지부의 보건산업진흥원 등과도 협력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올해 첫 도입한 1대1 상담회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대기업은 상대국 기업과 개별면담 일정 등을 잡기 쉽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대통령 해외순방에서는 해당국 경제단체와 경제협력 의제를 발표하는 포럼 형식에 그쳤다. 올해 2월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처음 경제사절단의 1대1 상담회를 가진 뒤 중소기업의 반응이 너무 좋아 중남미, 중국 방문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외국 정상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국내에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1대1 상담회는 중소기업이 해당국에서 만나고 싶은 업체를 코트라가 장소, 일정, 통역 등을 주선하고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찾아 실사는 물론 양해각서(MOU), 수출계약 성과를 내고 있다. 경제외교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이다.

-코트라 운영상 보완할 점은.

▶2008년에 중소기업 지원기관 기능조정을 통해 코트라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각각 대외창구, 국내 담당 등으로 역할이 나눠졌다. 코트라 지방무역관 11개가 모두 없어졌다.

중소기업 지원과정에서 국내'외 역할분담이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곳이 지방 중소기업이다. 수출지원을 바라는 지방 중소기업의 수요가 많은데, 코트라의 손발이 크게 부족하다. 2013년 기관협의를 통해 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 안에 코트라 지방지원단을 5개 만들었다. 내년에 지방지원단 4개를 확충하기로 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수출 진흥을 위해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공직생활 동안 보람을 느낀 대표적 사례는.

▶산업 관련 부처에만 있으면서 SK하이닉스 매각에 역할을 하고, 정보통신(IT) 지원정책에 힘을 쏟은 점이다. 국가 경제나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을 할 때 하이닉스 매각문제가 불거졌다. 채권단 은행과 매각절차 등과 관련해 많은 논의와 관심을 가졌다. SK가 인수한 SK하이닉스가 건실하게 운영하면서 국내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디지털전자산업과장과 성장동력실장을 하면서 IT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예산 등을 대폭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기술개발업무를 보면서 우리 산업과 IT의 융합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현재 IT쪽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떨어져 있는데, 산업과 IT는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의 성장 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각 지역의 특화된 브랜드 산업을 키워야 한다. 어떤 산업이 전망이 좋다고 하면 지역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몰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대구 섬유는 어려운 곡절을 겪었다. 자동차부품, 기계, 전자부품산업 등을 IT와 접목하거나 융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기존의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시켜야 한다.

-삶의 신조는.

▶공정성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에 흔들려 공정성을 잃으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특히 공직자는 엄한 도덕성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기절제가 절실하다.

또 자신에 대한 평가는 늘 자기 주위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진정성을 갖고 대해야 한다. '나는 잘하는데, 왜 이런 얘기가 들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과 주변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주체는 주변 사람이 가장 정확하다.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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