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청 "밥차 왜 또 왔나, 車 빼"-단체 "대체부지선 급식 못 해"

북비산네거리 무료급식소 갈등…서구청 "명품 가로공원이라 단속"

28일 오전 서구청 공무원들이 북비산네거리에서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사)사랑해밥차 측에 철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28일 오전 서구청 공무원들이 북비산네거리에서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사)사랑해밥차 측에 철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 이동식 무료급식소 운영을 두고 구청과 자원봉사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28일 오전 9시 40분쯤 북비산네거리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무료급식소 단속을 나온 구청 공무원과 무료급식소 관계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것.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한때 고성이 오갔으며 양측이 몸싸움도 벌였다.

양측의 갈등은 서구청이 이 일대에 '명품 가로공원'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명품 가로공원은 서구청이 북비산네거리 인근의 노후화를 개선하기 위해 네거리를 둘러싼 4천㎡에 이르는 지역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말 착공, 올해 4월 완공한 사업이다.

서구청은 이 사업을 착공할 당시 (사)사랑해밥차 측의 무료급식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사랑해밥차 측은 6년째 이곳에서 격주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 인근 노인 300여 명에게 급식을 제공해왔다.

서구청의 일방적인 행정에 논란이 일자, 서구청은 대체 무료급식소 건립을 약속했다. 문제는 구청이 정해준 대체부지가 원고개시장 공영주차장으로 밥차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라는 점이다. 자동차 통행이 많아 안전 문제는 물론 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마찰이 빈번했던 것이다. 사랑해밥차 관계자는 "밥차가 커서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주차된 차량 몇 대를 빼야 했다. 하지만 유료주차장이라 다들 '돈 내고 대는데 왜 빼야 하냐'며 거절하기 일쑤였고, 밥차 때문에 차가 긁혔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많아 사실상 운영이 안 됐다. 차량 사이에서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아 급식을 이용하는 노인이 100명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밥차는 지난주부터 다시 기존 위치로 자리를 옮겨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밥차가 도로 교통을 방해하고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므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명품 가로공원을 조성하면서 인근 노점상들도 모두 단속했는데 밥차만 허용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고,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부지를 마련해 준 만큼 밥차는 자리를 옮겨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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