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현 가미미노치군 시마노마치는 인구 9천200명의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88만 명이나 된다. 이 작은 마을이 관광산업으로 뜬 배경에는 '힐링 숲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초점이 '건강'과 '치유'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숲을 걷는데 그치지 않고 향기치료사나 각종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삼림 메디컬 트레이너가 함께 숲 속을 걸으며 다양한 치유 요법을 제공한다. 트레이너는 관광객들과 함께 숲 속을 걸으며 단전호흡과 숲 속 요가, 손톱 마사지, 현지에서 채취한 약초를 이용한 식물 요법, 마음에 드는 나무의 향을 직접 채취하는 체험 프로그램, 카운셀링 등 다양한 치유 요법을 안내한다.
치유 요법은 각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제공되는 점도 특징이다. 마을 병원에 있는 의사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기존 병력을 참고해 건강에 도움이 될 트레킹 코스나 거리, 먹어야 할 음식 등 건강 프로그램을 처방해준다. "운동이 필요하니 어느 코스에서 몇 ㎞를 걷고, 이런 음식을 먹으면 혈당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이에 맞춰 마을 리더는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가이드 역할을 맡은 트레이너가 현장에서 치유 프로그램과 코스를 안내한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지바대학 연구팀이 힐링 프로그램 참가자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해보니 스트레스 호르몬이 60%가 줄었다는 것. 일본의과대의 검사에서도 면역 세포의 수가 늘고 활성화되며 효과가 한 달여 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을 찾은 전체 관광객 가운데 삼림요법을 체험한 이도 4천700명이나 됐다.
'웰니스 투어리즘', '에코 투어', '헬스 투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관광 프로그램은 일본 전역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일본에서 헬스 투어가 각광받는 이유는 심각한 고령화 속도 탓이다. 일본의 경우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천3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자, 지역 자원을 활용해 여행을 즐기며 건강도 챙기는 관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시마노마치 마을은 힐링 숲 프로그램의 홍보 전략으로 '기업'을 목표로 삼았다. 기업 연수생을 유치하면 고정적인 관광 수요가 보장되는데다 가족들과 함께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고 있다.
헬스 투어는 국내에서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농촌 6차 산업에 '의료'를 접목한 것과 유사한 덕분이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경기도 양평군이다. 양평군은 지난 9월 여행과 건강을 융'복합한 '양평헬스투어'를 출시했다. 이 투어 프로그램에는 한 달 만에 220명의 여행객이 참여했고, 다음 달 중순까지 이미 200명의 예약이 완료됐다. 양평헬스투어는 1박 2일 동안 마을 부녀회가 준비한 시골건강밥상과 계곡 트레킹,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자연요법과 숯가마 찜질 등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또 다음 달 3일에는 한국과 일본의 헬스 투어 전문가와 여행업 관계자 등을 초청해 양평헬스투어리즘 국제 심포지엄도 연다.
헬스 투어는 경북에도 충분히 접목할 수 있을 듯하다. 산림과 해양, 강 등을 모두 갖춘 자연환경이 뛰어난데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농촌체험마을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초기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의료진은 안동'김천'포항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하면 된다. 각 마을마다 맺고 있는 1사 1촌 협약을 통해 기업 연수생 유치도 노려볼만하다. 시범 운영을 통해 성과를 살펴본 뒤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헬스 투어가 답보 상태에 있는 농촌 6차 산업화의 실타래를 풀어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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