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서울 청계천에 사과 띄워 청송마케팅 성공 이끈 'PR업계 대부'

▷1946년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출생 ▷대구 하빈초
▷1946년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출생 ▷대구 하빈초'경상중'계성고 졸업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서강대 언론학 석사 ▷코리아헤럴드 부장 ▷로이터통신 한국특파원 ▷월간 영문 경제잡지 '비즈니스코리아' 발행인 ▷한국PR협회 회장 ▷한국PR기업협회 회장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현)

김경해(69)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은 'PR업계 대부'로 불린다.

언론사 기자로 시작해 외국통신사 한국특파원, 영문 잡지 발행인을 거쳐 한국 최초의 PR컨설팅회사를 창립, 한국 PR산업의 문을 열었다.

김 사장은 1973년 코리아헤럴드 견습기자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능력과 열정을 지켜본 편집국장이 입사 6개월 만에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 취재기자로 지명한 것이다.

영어 문장과 어휘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로이터통신 한국특파원으로 스카우트됐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자 생활 10여 년 만에 한국의 대표적 영문 경제잡지를 발행하고, 이어 PR컨설팅회사까지 창립했다.

국내 소지자가 10여 명에 불과한 미국PR협회(APR) 인증서를 갖고, 해군발전자문위원으로 안전관리 자문을 하는 등 PR이 포괄하는 안전관리, 마케팅 홍보, 컨설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대구경북에도 체험'교육'관광이 어우러진 도시 및 농촌 마케팅이 절실하다며, 특히 남부권 신공항 문제도 PR 기법을 통한 전략적 마케팅이 주효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1시간 이상의 운동을 통해 고희(古稀)를 앞둔 나이를 무색게 하는 김 사장으로부터 PR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국내 최초의 PR컨설팅회사

김 사장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외신기자들과 교류하며 PR에 관심을 갖게 됐다. 뉴스위크, 타임 등 외신기자들은 대다수 한국이 아니라 일본 도쿄에 사무실을 두고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국내로 들어왔다. 외신기자들은 영어에 능통했던 그를 자주 찾았고, 김 사장은 이들을 통해 PR의 산업화에 눈을 돌렸다. 1987년 한국 최초의 PR컨설팅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언론 홍보를 PR의 전부라고 여기던 때였다.

그는 "외국은 마케팅 전략, 위기관리, 기업 이미지 제고 등 PR산업이 크게 발달했는데,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도 PR산업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외신기자들이 귀띔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창립 이후 정부 홍보에 민간기법을 도입하고, 경북 청송의 지역 마케팅을 성공시킨 점 등을 뿌듯하게 여긴다. 공군 주력전투기 도입 과정에서의 역할도 자랑거리다.

그는 1999년 김대중(DJ)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정책 홍보를 맡아 기존 틀을 깨고 민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쌍방향 소통을 강화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정부 정책에서 전문가 의견과 비판적 견해까지 포함하는 민간기법을 적용, 정부 홍보 방식의 전환을 이끌었다.

주왕산, 사과, 송소고택 등 청송을 국내외에 크게 알리는 기획도 실현했다. 서울 청계천에 청송 사과를 띄워 홍보하고, 주한 외국대사들을 초청해 주왕산 트레킹과 송소고택 1박 체험 등을 함으로써 청송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 청송감호소를 경북북부교도소로 이름을 바꾸는 데도 공동 노력, 지역 이미지 개선에 일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 동안 PR을 하나의 산업으로 뿌리내리게 했다.

◆올해의 PR인

국내외 왕성한 PR 활동으로 김 사장은 한국PR협회 선정 '올해의 PR인'이 됐다.

그는 지난 3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월드커뮤니케이션포럼'에 특별연사로 초청받았다. 세계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남북 대치 상황과 천안함 사태, 세월호 참사 등 한국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형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위기관리 대응 노력을 적극 설명했다. 그동안 외신기자들이 한국 언론을 통해 한국 상황을 간접 취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브리핑을 하고,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과 빅데이터 등을 통해 위기 대응 수준을 높였고,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위기관리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회사 비용을 들여 조 알바우 미국 연방위기관리청(FEMA) 청장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를 통해 국민안전처와 소방방재청 등에 위기관리의 역할과 기능 등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알바우 청장은 9'11 사태 때 부시 대통령과 직접 휴대폰으로 상황을 주고받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PR로써 국위를 선양하고 PR산업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R과 용어 선택, 그리고 빅 데이터

김 사장은 PR이 위기관리나 상품 마케팅, 협상 등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빅 데이터와의 접목 필요성도 말했다.

1990년대 중반 F16 전투기 국내 홍보를 맡아 공군 주력기로 선정되도록 한 것도 PR의 힘이라고 내세웠다. 제너럴 다이나믹스(GD)가 제작한 F16은 김 사장이, 맥도널 더글러스(MD)가 제작한 F18은 미국 회사가 각각 홍보를 맡았다. 엔진이 2개인 F18은 값이 비싼 대신 안전성이 높다고 공군이 선호했고, F16은 상대적으로 값이 쌌다.

김 사장은 PR의 콘셉트를 단순 명료화했다.

그는 "전투기를 당시 유행했던 쏘나타와 그랜저 승용차에 빗대 같은 예산으로 그랜저는 80대지만, 쏘나타는 120대까지 살 수 있고, 전투기 사고 시 엔진이 2개여서 사고를 막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했다. 또 F18은 주로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해군 주력기이고, F16은 공군 전용기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PR에서 용어 선택이 결정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과거 한일 간 문화재 반환협상을 벌일 때 우리는 외교문서에 '반환'(Return), 일본은 '기증'(donate)을 명기할 것을 고집했다. 결국 한 사무관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hand over'란 용어를 제시해 극적 타결을 봤다.

그는 "연구원 5명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폰 '루나'를 개발해 연구원이 수천~1만 명에 달하는 LG와 삼성전자의 제품 판매량을 능가한 점이나, 구글이 빅 데이터를 통해 WHO보다 먼저 독감 예보를 하는 사례 등을 볼 때 빅 데이터와 PR의 접목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Be Parents' 두 단어로 위기 탈출 바비인형 회사

김경해 사장은 미국 두 회사의 사례를 들어 위기 관리나 마케팅에서 PR의 힘, 특히 용어 선택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가 2007년 장난감에서 납이 검출되면서 60년 만에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 회사 회장은 방송에 나와 다른 어떤 사과의 말보다 두 단어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그것은 'Be Parents'였다. 아이들의 부모가 되는 심정으로 어떤 손해를 입더라도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이다. 이후 신속한 리콜과 보상을 통해 엄청난 비용을 들였는데도, 매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 날개 돋친 듯 팔린 '양배추 인형'도 좋은 사례다. 이 인형 제작업체 대표는 개발비에 너무 많은 돈을 쓴 탓에 홍보비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이때 친구이자, 마케팅 전문가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청교도적인 미국인들의 심성을 활용하자는 것. 미국인들이 매년 초 '올해는 꼭 좋은 일 하나는 해야겠다'고 기도나 서약을 하지만, 막상 연말이 되면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죄의식이나 안타까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 이 업체는 11월 말쯤 양배추 인형을 본격 출시하며 홍보 문구에 입양이란 뜻의 adopt를 사용했다. '이 가련한 인형 하나를 '입양'해 즐거운 연말을 보내십시오.'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고, 인형은 출고 즉시 매진을 기록했다.

◇위기관리 핵심 '기본·일체감'

미국 대통령, 교황, 뉴욕타임스 기자, 킹 목사, 기장 등 5명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 엔진이 고장 났다. 비상탈출을 해야 할 상황. 기장은 비행기에 낙하산이 4개밖에 없다고 난감해했다. 미 대통령이 교황에게 "연세도 제일 많고 하니 먼저 탈출하시라"고 했다. 교황은 대통령에게 "당신도 세계평화를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 같이 뛰어내리자"고 해 2명이 먼저 탈출했다. 이를 지켜본 기자는 "내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계적인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 탈출한다"며 뛰어내렸다.

킹 목사는 "난 나이도 많고 성직자니까 지금 죽어도 천당이 보장돼 있으니, 젊은 기장이 낙하산을 쓰라"고 했다. 그러자 기장이 웃으며 "기자는 특종에만 신경 쓰고 낙하산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검은 가방을 갖고 뛰어내렸다"며 "낙하산 2개가 남았으니 같이 탈출하죠"라고 했다.

김경해 사장은 미국 위기관리전문가가 만든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며 5명이 탄 비행기에는 낙하산 5개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위기관리의 핵심인 기본을 먼저 갖추라는 메시지다.

위기관리의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일체감'. 존슨 대통령이 전직 케네디 대통령의 우주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미 항공우주국(NASA)을 찾았다. 3시간 동안 치열한 토론을 한 뒤 건물 바깥에서 차를 한잔 마시다 경비원과 만났다. 존슨은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비원은 "인간을 달에 보내는 성스러운 미션(임무)을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존슨은 말단 경비원까지 CEO와 같은 인식을 가질 정도로 일체감이 있는 조직이라면 위기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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