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전문.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79)
아름다움의 경계와 아름다움들의 배치는 당대의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름다움은 부정적 의미건 긍정적 의미건 정치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은 반어적이면서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서양'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과 매우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그 '아름다움'의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감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짐승의 털 위에서 반짝이는 물방울 같은 것. 시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을 통해 부정해 버린다. 북치는 소년은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에 쓰인 이른바 '순수시' 계열이지만 이 시는 지금도 우리에게 새로운 호흡을 준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고, 온갖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가 우리에게 배달되어도 우리는 그 카드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 내년에도 그저 반짝이는 물방울처럼,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정치가 배달되어도 우리는 또다시 북치는 소년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워도 좋을까?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버스 타곤 못 가는 대구 유일 '국보'…주민들 "급행버스 경유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