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전문.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79)
아름다움의 경계와 아름다움들의 배치는 당대의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름다움은 부정적 의미건 긍정적 의미건 정치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은 반어적이면서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서양'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과 매우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그 '아름다움'의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감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짐승의 털 위에서 반짝이는 물방울 같은 것. 시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을 통해 부정해 버린다. 북치는 소년은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에 쓰인 이른바 '순수시' 계열이지만 이 시는 지금도 우리에게 새로운 호흡을 준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고, 온갖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가 우리에게 배달되어도 우리는 그 카드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 내년에도 그저 반짝이는 물방울처럼,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정치가 배달되어도 우리는 또다시 북치는 소년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워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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