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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선택한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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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라곤 달랑 상품권 한 장이야. 쪽지라도 한 장 넣어주면 얼마나 좋아, 살아줘서 고맙다든지, 사랑한다든지 하하…." 남편 흉보는 친구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여인, "난 십년 동안 쪽지만 받았거든."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상품권, 쪽지 중 어느 것을 택할까? 태어나서(B-birth) 죽을 때까지(D-death) 우린 선택하며(C-choice) 살아가야 하니까, 오늘은 뭘 먹을까? 저 인간을 용서해줘, 말아? 모임에 갈까, 말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까?

크고 작은 일까지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정작 선택하고 나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후회하게 되고 다음에는 잘 선택해야지 하고 신중을 기하다 보면 선택장애가 온다.

작은 가방 하나 사려고 삼일 동안 인터넷을 뒤지다 결국 몸살이 난 후배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여당이나 야당이나 고만고만한 것처럼 우리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심지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겠다. 그러니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선택한 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상품권 달랑 받고서도 '당신도 얼마나 답답하겠어? 표현이 안 되니, 다음에는 상품권 봉투에 ㅋㅋ라고만 써 놔, 알아먹을 테니까'라든가, 쪽지 인생을 향해서는 '그래, 입으로 평생 먹고 살았으니 문장이 살아 춤추네'라고 생각하자는 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살아가야 하는 희망고문의 시간이 내년에는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어두운 예측을 하면서도, 언제나처럼 저항하며, 견디며, 희망을 찾아가는 삶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

이고 싶다.

그럴 때 살아있다는(A-alive)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ABCD를 내년에도 잘 쓰고 싶은 거다.

요즘 제일 야당의 분당 사태를 바라보면서 정치인들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결정하는지 궁금해진다. 시민들의 삶을 정말 생각할까?

그러다 문득 랩 가사가 떠오른다. '안과 밖 사이에 문이 있네. 대문인지 창문인지 잘 모르겠네. 안과 밖 사이에 문이 있네. 안으로 갈지 밖으로 갈지 잘 모르겠네. 안과 밖 사이에 문이 있네.'

선택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 잘 선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 어려운 세상이니 선택한 것 때문에 더 힘들어지더라도, 고난마저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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