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련(80) 할머니가 사는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주택은 얼마 전까지 복도가 얼음장이나 다름없었다. 복도를 지날 때면 발이 시릴 정도였다. 연탄보일러 온기는 한 칸의 방에서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보일러가 있는 부엌에는 환풍기조차 없어 배 할머니가 비닐막을 뚫어 임시 환풍구를 만들어 놓았다.
배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었다. 자식들이 있지만 모두 경제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몇 푼 되지 않는 기초생활 급여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대구시가 최근 이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방을 도배하고 장판을 교체했다. 부엌에도 환풍구를 달았으며 부엌 찬장과 싱크대도 바꿔 주었다.
지난 28일 오후 2시 김승수 대구 행정부시장과 권태형 남구 부구청장 등이 수리된 모습을 점검하기 위해 이 집을 찾았다. 배 할머니는 이들로부터 이불꾸러미를 받고 환하게 웃었다. 김 부시장이 "밥솥도 곧 가니 따뜻하게 겨울나시고 복도도 고쳐 드릴게요"라고 말하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습니다"라고 되뇌었다. 전석태 봉덕2동장은 "부엌에 환풍구가 없어 연탄가스가 찰 위험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 환풍기가 생겨 할머니가 안심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은 '연말 소외계층 지원사업'의 하나다. 민간에서 도배, 수리, 청소 등 서비스를 담당하고 난방 자재와 필요 물품은 행정자치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올겨울 전국적으로 총 2천290가구가 가구당 100만원 정도의 혜택을 봤다. 대구경북에서도 모두 307가구에 온기가 전달됐다. 김 부시장은 "기존의 복지 제도와 달리 이 사업은 적극적인 복지 개념으로 민간과 손을 잡고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사례별로 찾아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 아무쪼록 소외계층의 겨울나기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