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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자린고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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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텔레비전에서는 '먹방'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실제 가서 먹어 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곳들이 많지만, 텔레비전을 보는 순간만은 음식들이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어떤 때는 식사를 하면서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다가 그냥 밥만 먹는 때도 있다. 이래서 '자린고비'가 조기를 천장에 달아 놓고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린고비가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텔레비전만으로도 진수성찬을 매일매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자린고비 이야기는 충주 지방에서 최고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었지만 근검절약으로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철저하고 지독한 절약 정신을 과장된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과장된 이야기가 재미가 있으니까 배트맨 대 슈퍼맨 이야기를 만들어내듯이 사람들은 자린고비가 더 강력한 구두쇠와 대결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조기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만 먹었을 때 반찬값 아낀 것보다 영양의 불균형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으로 병원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나 '그는 지독하게 아꼈다'고 평범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과장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 낸 것이 우리 선조들의 언어생활이었다.

그런데 충주 부자의 이름이 왜 자린고비인가 하는 것에 대해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정설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옛날 충주 지방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그는 어머니 기제사 때마다 쓰는 지방(紙榜)을 매년 새 종이에 쓰는 것이 아까워서 한 번 쓴 지방을 기름에 절여두었다가 매년 같은 지방을 썼다고 한다. '자린'은 '기름에 절인 종이'에서 '절인'이 변화한 것이고, '고비'(考)는 지방에 쓰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절인'이 '자린'으로 음운이 변화할 이유에 대해 설명을 못 한다는 것은 둘째 치고, 아무리 사연이 있다 하더라도 '절인 (돌아가신) 어머니'와 같은 패륜적으로 들리는 말을 별명으로 부른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을 기름에 절여서 사용하는 것이 그냥 썼던 지방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논리적으로도 허술하다. 여기에 대한 좀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는 벽초 홍명희가 쓴 장편소설 에 들어 있다. 양반 편에 보면 '충주 부자에 고비(高蜚)란 사람이 있었으니 위인이다랍게 인색(吝嗇)하여 자린고비로 유명하였었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한자어 '자린'(吝)이 지독하다, 인색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자린고비는 '구두쇠 고비'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소설의 문맥이나 우리의 상식과 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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