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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권력, 양끝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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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라고들 한다. 남들과 경쟁하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 말만큼 지당한 격언도 없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스위스 태생의 호텔 경영인 세사르 리츠(1850~1918)라고 알려져 있다. 리츠 칼튼 호텔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고객은 왕이다" "고객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라는 명슬로건을 만들어 종업원들의 정신을 무장시켰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슬로건을 세웠겠지만 그가 이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실제로 그가 상대한 주요 고객들 대부분이 귀족, 고위층, 왕, 왕족이었던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이 왕이라면, 정치인들이 왕처럼 떠받들고 모셔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들의 헌법에는 이 같은 조항이 예외 없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원천이 국민이라는 기본적 진실조차 망각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적지 않다.

"국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이들의 뼛속 깊은 곳에는 국민을 '호갱'(호구 고객)으로 보는 망상과 오만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국민을 호갱으로 보는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권력(權力)과 권한(權限)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력과 권한은 엄연히 다른 말이고 다른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한다. 반면, 권한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의 권리 혹은 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일컫는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가와 관료가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법률적으로 위임받은 권한일 뿐이다.

여권의 한 중진 국회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들었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권력이란 것은 손잡이에도 날이 선 칼입니다. 너무 세게 쥐면 휘두르는 사람도 베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다들 그걸 몰라요."

스스로를 권력가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필연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권력을 갖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권한을 남용한 정치인에 대해 국민이 내린 준엄한 경고가 표심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민심은 밑에서부터 끓고 있었는데도 정작 정치인들은 이를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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