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복고환 생식기능 발달 '빨간불'…수술 생후 18개월 넘지 않아야

방치 땐 고환암 확률 30배 증가

주부 유모(37) 씨는 요즘 아이의 수술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생후 24개월 된 아이가 '잠복고환'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잠복고환은 태아의 고환이 제대로 음낭까지 내려오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오래 방치하면 자칫 고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유 씨는 "하루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아이의 중이염이 잘 낫지 않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중"이라고 푸념했다.

고환은 생식세포인 정자를 생성하고 배출할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음낭 안에 들어 있어야 할 고환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되거나 고환암, 탈장, 고환 꼬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방치하면 고환의 기능 잃어

잠복고환은 신생아 중 2.2~3.8%에서 발견되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특히 조산아나 저체중 신생아의 경우 20~30%가량은 잠복고환이 나타난다. 태아의 경우 고환인 복막 내 10번째 등뼈 높이에서 생겨난 뒤 점차 내려오며 임신 7~9개월 사이에 음낭으로 자리 잡는다. 잠복고환은 고환이 하강길 중간에 머물거나 정상적인 하강통로 이외의 곳에 자리 잡아 음낭에서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고환은 주로 넓적다리 부위와 아랫배 사이에 머물거나 심한 경우 복강 내에 있는 경우도 있다.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든 점도 특징이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고환은 정상적인 분화와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높은 체온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기능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환은 체온보다 2~3℃ 낮은 곳에서 정상적인 발달과 기능을 하지만 잠복고환은 온도를 유지하는 음낭 밖에 있기 때문에 몸속의 높은 온도에 노출돼 발육에 방해를 받게 된다. 잠복고환을 방치할 경우 고환이 기능을 잃을 뿐만 아니라 고환암 발생 위험이 정상 고환에 비해 30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고환을 적절한 시기에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생식이나 내분비기능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

◆가능하면 생후 18개월 넘지 않아야

잠복고환은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생후 6개월까지는 잠복고환이 자연적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다리며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연하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수술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가능하면 18개월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적으로 내려온 고환이라도 고환이 음낭 위쪽에 자리 잡는 퇴축고환이 생길 수 있다. 퇴축고환은 사춘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음낭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고환이 음낭 내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 고환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고환고정술로 한다. 고환을 음낭에 고정시키는 수술로 고환과 복강이 연결된 부위를 동시에 막아 탈장이나 음낭수종도 예방한다. 고환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서혜부에 작은 절개를 하고 고환을 찾은 후 음낭 안으로 내려주게 된다.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 경우에는 초음파검사나 복강경 등을 통해 고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고환이 복강 내에 있는 심한 잠복고환은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고, 고환이 너무 높이 있는 경우 두 단계로 나눠 수술하기도 한다.

이준녕 경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잠복고환은 정자의 고유기능인 생식기능과 내분비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출생 후 고환이 음낭에서 만져지지 않거나 비대칭적으로 관찰되는 경우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준녕 경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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