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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마당] 수필: 잊지 못할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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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데이트

지난 주말 구미에 볼일이 있어 가는 길에 기차를 이용하기로 하자,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언제나 농사일하시느라 집 떠날 일도 없었는데, 요즘은 더구나 연세까지 높아진 터라 더욱 집에만 계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 외식이라도 한번 하고 싶은 마음에 두 분께 기차를 타시게 했습니다.

아들 둘과 제가 먼저 타고, 친정이 있는 다음 정거장에서 타시는 부모님을 향해 일어서서 손을 들어 보였습니다. 저희를 보시자 환히 웃으며 들어오시는 부모님이 반가워 저희들도 웃으며 자리를 권해 드렸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건 어머니의 머리였습니다. 언제나 제가 사드린 예쁜 모자를 쓰고 다니셨는데, 웬일로 그날은 모자를 쓰지 않고 나오셨습니다.

"엄마, 모자는요? 오늘은 왜 모자를 안 쓰셨어요?" 하자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시며, "응? 모자? 내가 모자를 안 썼다고?" 하시며 당신의 머리를 만져보시더니 아버지께 지청구하셨습니다.

"이 양반은, 내가 모자를 안 썼으면 말해줘야지.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난 안 보여. 할멈이 모자를 썼는지 안 썼는지 눈이 어두워 안 보여" 하십니다.

그 말씀을 듣는데 어느새 부모님이 이렇게 연세가 많이 드셨나 싶어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엄마는 킥킥 킥킥 소리 죽여 막 웃으셨습니다.

제가 "엄마, 엄마, 왜 그러세요?" 하자 어머니는 모자를 쓴 줄 알고 자랑스럽게 나온 것이 우습고, 흰 머리를 손질도 안 하고 나온 것이 민망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며 웃고 또 웃었습니다. 저도 어머니를 따라 웃었습니다. 정말 웃는 사람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 확실하더군요.

그래도 모자를 잊고 못 쓰고 나오신 이유가 급히 나오시느라, 제가 기차 시간이 임박했을 때 전화를 드린 탓인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외식도 굳이 자장면을 드신다고 하셔서 조금 아쉽지만 그것을 사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부모님께서 차창 밖으로 봄이 출발선에 서서 "출발~" 하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 모습들을 보시면서 기뻐하시고, 또 개구쟁이 손자들과 손장난, 말장난을 하시며 즐겁게 웃으시는 모습들이 제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늘 웃으시는 모습으로 지내주시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지금 생각해도 친정 부모님과 제 아들 둘과 함께한 데이트는 참 행복했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제가 낳은 자식들 모두 다 제 목숨처럼 귀한 사람들이기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잊지 못할 하루였습니다.

주은경(상주시 신봉 학마루1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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