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종에 첫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3인방과 지역 민방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견 방송인을 만났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1호 전문 앵커를 넘어 간판이 된다
지난 2월 1일 자로 지역 민영방송사인 TBC에 입사한 사공성근(25) 씨는 '남자 전문 앵커 1호'라는 이름을 TBC 역사 속에 남기게 됐다. 그동안 여성 전문 앵커는 있었지만, 남성 앵커는 주로 기자 출신이 맡아왔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스포TV에서 6개월간 근무했던 사공 씨는 앵커가 되고 싶어 TBC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과 첫 방송 생활도 서울에서 시작했지만, 고향은 줄곧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곳, 내 가족과 친구가 지내는 곳에서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입사하자마자 오전 7시에 방송되는 '굿모닝뉴스' 앵커 자리를 꿰찼다. 기자가 작성해온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이지만, 단순 전달자로서의 역할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공 씨의 철학이다. 그는 "기사를 원고 그대로 읽는 것에 그친다면 앵커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자가 이 기사를 통해 무엇을 알리려고 하는가? 시청자들은 이 뉴스를 보고 어떤 점을 생각할까? 등의 고민을 뉴스룸 불이 켜지기 전까지 수도 없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좋아하는 선배 앵커는 손석희 씨다. "그 선배는 뉴스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항상 메시지, 화두를 던져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많이 봤거든요. 제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앵커를 우리말로 바꾸면 뉴스 진행자라고 하는 이유도 사공 씨의 얘기와 같은 맥락처럼 들렸다.
사공 씨는 기존 방송의 포맷을 답습하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가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톡톡 튀는 방송인이 되고 싶은 것이 포부라고 했다. "지역 민방의 역할은 전국구 방송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민들이 궁금해하는 지역 이슈를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으로 방송해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는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날씨 전하는 해피 바이러스
날씨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특히 여가(餘暇)라는 것이 우리들의 생활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날씨는 중요한 정보가 됐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꼭 TV 속 일기예보를 챙겨본다. 어떤 옷을 입을지, 눈이 내릴지, 비가 올지, 일기예보를 보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 야외 취미활동에 할애된 시간들, 주말, 휴가, 그리고 바캉스에도 일기예보는 빼놓을 수 없다.
홍지화(26) 씨는 지역에 몇 안 되는 기상캐스터다. 입사한 지 3개월이 채 안 됐지만 그는 정확한 날씨 정보를 전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1분 20초 남짓한 분량이지만, 제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하루 스케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정확하면서도 생활 속의 지혜가 담긴 날씨 정보를 매일 전하는 해피 바이러스가 되고 싶어요."
충북지역 미스코리아 출신인 홍 씨는 미국 템플대를 졸업한 인재다. 처음에는 아나운서를 목표로 준비를 했지만, 기상캐스터의 일에 매료돼 아무 연고도 없는 대구에 무작정 찾아왔다. '정성을 다해서 즐겁게 하자'가 삶의 모토라는 홍 씨는 "아직까지는 제 능력의 반도 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서 즐겁게 일하다 보면 반드시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TBC 메인뉴스인 '8뉴스'의 날씨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그의 일과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출근과 동시에 기상청 등이 취재처가 된다. 그곳에서 취재한 날씨 정보를 활용해 날씨 기사를 직접 작성하고, 방송에 쓰일 그래픽 순서를 정한다. 최종 기사가 완성되면 수십 번 읽으면서 방송을 준비한다고 했다.
홍 씨는 "요즘은 기상 변수가 많아져서 더욱 꼼꼼히 날씨 정보를 분석하고 챙겨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이 날씨와 관련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책임감 있는 기상캐스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모든 역할에 대체 불가능한 방송인이 꿈
매일 오후 6시만 되면 TBC 대경뉴스광장의 불을 밝히는 앵커 이향원(24) 씨는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방송국 앵커의 삶은 이제 3개월가량 지났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큰 꿈들이 가득 담겨 있다. "맥가이버칼 같은 앵커가 되고 싶어요. 어떤 상황이든 다용도로 쓰이는 맥가이버칼처럼 방송국에서 활용도가 높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방송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경남 진주가 고향인 그는 가천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의 첫발을 대구에서 내디뎠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전문성과 자율성, 특히 지역 시청자와의 친밀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생각해 대구를 선택했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대구에 대한 이미지는 '대프리카'라는 별명처럼 그저 핫한 도시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직접 살아본 후 굉장히 예쁘고 문화 수준이 높은 도시라고 인식이 바뀌었어요. 이런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대구의 문화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돼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이 씨는 벌써 TBC의 환한 미래를 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보도국 막내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통 미디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1020세대들을 끌어들이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층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또한 이끌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스무 살을 넘긴 TBC가 칠순잔치까지 평탄하게 가는 데 중요한 영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입사 동기인 사공성근'홍지화 씨와 함께 기획해 지난 2월부터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 'SNS 왁자지껄' 코너도 그래서 탄생했다.
이 씨는 "지역 민방의 본질은 지역성에 있다고 봅니다. 지역민들이 주인공이 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과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을 수 있게 각종 이슈들을 심층 보도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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