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이 연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구의 K2 이전 문제를 끌어 붙여 억지 논리를 펴 빈축을 사고 있다. 토론회, 총선 후보자 서약식,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제 등 온갖 공세로도 대결 양상이 형성되지 않고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케케묵은 K2 이전 문제를 들고나왔다는 분석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연일 막무가내 발언
서 시장은 11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 형식 기사를 통해 "원래 부산이 신공항 주장했는데 대구가 K2 이전 문제를 들고 신공항 유치전에 끼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덕도 신공항 규모를 줄여 국제공항 기능만 가져오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에 투입될 예산을 나누면 부산과 대구 모두 신공항 유치의 핵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황당한 '부산-대구 윈윈(win-win)' 논리를 폈다.
서 시장은 "신공항 유치를 위해 대구와 맞붙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처음엔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대구시에 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먼저 상의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면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도 했다. 그랬더니 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이 없던 대구가 뒤늦게 K2 군공항 이전 문제를 언급하며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셈"이라고 답했다. 서 시장은 4일 열린 '신공항 건설 추진 상황 연석회의'에서도 '대구'부산 상생 방안'이라며 가덕도에 활주로 1개만 건설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남은 재원을 대구 K2 이전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는 현실성 없는 논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산의 'K2 이전 걸고넘어지기'에 대해 대구시는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 논리'라는 반응이다. 신공항과 K2 이전 문제는 엮으려 해도 엮을 수 없는 전혀 별개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예전에 지역 한 국회의원이 어떤 행사에서 지나가는 말로 신공항 관련 얘기 중 '그러면 밀양에 신공항과 군공항을 같이 하면 되겠네'라고 한마디 한 것을 '대구가 군공항을 밀양에 보내기 위해 신공항에 뛰어들었다'고 와전시켜 지금까지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부산의 신공항 추진 계획에 대구가 뒤늦게 끼어들었다'는 서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부산이 영남권 시도에 신공항을 함께 추진해보자고 제안한 건 맞다"며 "하지만 대구도 1980년대 후반부터 신공항을 검토해왔고 부산의 제의에 동조해 대구경북이 아닌 영남권 공항으로 경남 밀양 입지를 제안한 것이며 뒤늦게 끼어들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더민주 당선자 5명 국토부 방문
부산 정치권이 영남권 신공항 관련 '정부의 입지결정 수용' 5개 시도 합의를 파기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지역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5명 전원은 오는 18일 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찾기로 했다. 이들은 정부가 직접 부산지역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 항목과 가중치를 내놓아 용역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 정치권의 주장은 지극히 지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례대로 비공개로 진행돼온 국책 사업을 결과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부산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항목과 가중치를 공개하라는 점은 비상식적이다. 특히 영남권의 다른 4개 지자체를 배제한 채 부산만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부산지역 당선자들은 또 국토부 방문을 통해 입지 용역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 부분도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정작 정치적 입김을 행사하면서 다른 지역은 손놓고 있으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
부산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다른 지역 야권 인사들이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12일 "신공항은 남부권의 신성장 동력이 걸린 지역의 사활 문제다. 5개 단체장이 용역결과를 지켜보자고 합의해 놓고도 부산에서 (신공항을)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 성향의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부산 정치권에 대응해 대구경북과 경남울산도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부산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권의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데 없는 일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또 공정한 용역 추진에 합의해 놓고 이제와서 못 믿겠다고 하면 정부가 어떻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영남권 신공항 쟁점화에 한몫
부산발 영남권 신공항 쟁점화에 부산 언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언론들은 최근 연일 '가덕도가 신공항의 적지며 밀양 입지에 문제가 있다. 가덕도 유치에 부산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객관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언론은 ▷사업비 적은 가덕도의 활주로 1본이 경제적 ▷밀양은 산봉우리 12개 이상 절토로 환경훼손 및 항공 사고 우려 ▷해상'매립지 공항이 세계적인 추세 등을 잇달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2030년까지 영남권 항공 수요가 3천5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길이 4㎞ 이상 활주로 2본 이상이 필요한 수요로, 활주로 1본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가덕도공항과 김해공항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논리도 두 공항 사이 거리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두 공항을 운영하면 항공기의 공역이 중복돼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
산봉우리 절토도 국제기준에 따라 3개로 줄일 수 있고, 오히려 가덕도 바다를 매립하기 위한 절토량(1억7천만㎥)이 밀양(5천만~6천만㎥)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교통량 기준으로 세계 10대 국제공항 중 9개가 내륙에 있기 때문에 해양'매립지 공항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신공항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월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부산의 핵심 주장인 24시간 운영 가능 여부 조항이 빠지고 바닷가라서 불리한 기상과 관제 부분이 들어가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무리한 주장을 내놓는 것"이라며 "외국 기관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용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입지의 장'단점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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