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학생 하나로 묶어 주는 '마법의 댄스 타임'

대구 논공중 '다 함께 야단법석'…2주 만에 어색함 없이 전교생 참여

지난 9일 오후 1시 점심식사를 마친 논공중 학생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모여 라인댄스 등 같은 동작을 함께 추는
지난 9일 오후 1시 점심식사를 마친 논공중 학생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모여 라인댄스 등 같은 동작을 함께 추는 '다 함께 야단법석' 시간을 가졌다. 허현정 기자

논공중학교가 점심시간 짧은 틈을 이용해 학생, 교사가 함께 춤추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학생 수가 적어 활기가 없었던 학교는 춤을 추고 난 뒤부터 활력을 되찾았고, 서먹했던 사제간 관계도 가까워졌다. 소외되는 학생 한 명 없이 모두 운동장에 나와 춤을 추면서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컸다.

논공중이 지난 3월부터 교사, 학생 모두 춤으로 하나가 되게 한 '다 함께 야단법석'의 현장, 이를 통해 바뀐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춤으로 하나 되는 교사와 학생

지난 9일 오후 1시 대구 달성군 논공중학교. 인기 아이돌 그룹 '마마무'의 '넌 is 뭔들' 음악이 학교 전체로 퍼지자 급식실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대기 음악이 나오는 동안 학생들은 몸을 한바탕 신나게 움직일 준비를 했다. 운동장에 나온 1~3학년 250여 명의 학생은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신고 반별로 열을 맞추고 나서 몸을 풀었다.

학생들의 준비가 끝나자 교장 선생님, 원어민 교사 등 20여 명의 선생님들도 밖으로 나와 학생들 앞에 섰다.

첫 번째로 나온 음악은 영화 '검사외전' OST로 유명한 '붐바스틱'. 4분의 4박자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학생, 교사들은 익숙한 움직임으로 라인댄스(line dance'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 동작을 맞췄다.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과 흥겨운 몸짓 모두 춤으로 녹아들면서 어느덧 교사와 학생들은 하나의 팀처럼 즐겁게 움직였다.

다음으로 나온 곡은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I.O.I)의 'Pick Me'. 학생, 교사 모두 두 명씩 짝을 이뤄 가볍게 손을 잡았고 댄스스포츠를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곽지은 학생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수 있고, 소외되는 친구들 없이 모두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선생님들도 함께하니 거리감이 사라지고 평소에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논공중 학생, 교사가 매일 점심시간에 모여 춤을 추는 '다 함께 야단법석'이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을 강화하고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다 함께 야단법석'은 지난 3월 14일부터 매일 열리고 있다. 논공중 학생, 교사 모두에게 하루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이 됐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궂은 날에는 강당에서 진행된다. 몸이 아픈 학생도 밖으로 나와 관중석에서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다 함께 야단법석'이 처음 시작된 것은 이곳 예체능부장인 윤성혁 교사(체육과)의 제안에서다. 지난 3월 논공중으로 부임한 윤 교사는 학교, 학생들의 분위기가 어두워 일상에서 주는 활력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윤성혁 교사는 "논공중은 전교생이 25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라 아무래도 도심의 다른 학교에 비해 활기가 덜했다"며 "거기에다 학교 인근에는 주거지역이 없어 학생 대부분이 등'하교하는 데 최소 30분이 걸려 교실에서 피로를 느끼는 학생이 많았다"고 했다.

이에 윤 교사는 과거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시간에 라인댄스, 댄스스포츠 동작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팔을 흔드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대기 음악만 흘러나와도 몸을 흔들 정도로 춤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춤이 바꾼 학교 분위기

춤이라고는 제대로 춰본 적이 없었던 교사와 학생들이 몸을 들썩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동작을 틀릴 때마다 주위를 살피며 쑥스러워했고, 남녀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는 것도 어색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춤을 추는 학생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생겼다. 교사, 학생들이 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데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점심시간 10분을 활용한 '다 함께 야단법석'은 논공중 학생, 교사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줬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과 교사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자신과 매일 똑같은 동작을 하며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는 교사들을 친근하게 여겼다. 수업 참여가 더욱 활발해진 것은 물론 담임교사에게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도 점차 생겨났다.

박상현 학생은 "춤을 출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받을 때 기분이 좋다"며 "춤을 추면서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짧은 시간에 해소할 수 있어 옛날보다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일부 학생이 운동장을 점령해버렸던 문제도 해결됐다. 기존에는 3학년 학생, 그중에서도 소위 '잘나간다'는 학생 10여 명이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축구 골대를 독점하듯 사용했다. 이들이 두려웠던 다른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등 학생들의 정서 안정에도 크게 효과가 있었다. 새 학기는 일반적으로 학생 서로 간 신경전 등으로 폭력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논공중에는 학교폭력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정병국 교장은 "원래 점심시간은 쉬는 시간에 비해 몇 배나 길고, 상대적으로 교내 감시가 소홀하다 보니 학교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며 "점심시간에 모든 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다 함께 야단법석'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공동체 의식 함양에까지 도움이 된 것"이라고 했다.

◆춤이 일상이 된 학생들

'다 함께 야단법석'이 시작된 지 두 달째.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학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활기를 되찾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신청한 곡이 춤을 출 때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건 아닌지 늘 기대하면서 등교한다. 얼마 전 한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춤을 가족에게 가르쳤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회사의 '가족 장기자랑'에서 선을 보여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 함께 야단법석'이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해소, 협동심, 공동체 의식 함양 등에 효과가 있자 학교는 이를 논공중을 나타내는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로 했다.

올해부터 학기별 한 차례씩 '학반 대항 라인댄스 경연대회'를 열어 반별로 각 반을 나타낼 수 있는 특징 있는 안무를 짜도록 했다. 또 학생끼리,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을 높여 인성교육에 큰 이바지를 하는 만큼 신체활동을 통해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줄 기회를 더욱 확대해가기로 했다.

정병국 교장은 "학창시절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고, 앞으로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은 신체활동만 한 게 없다"며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하고 바른 인격을 형성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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