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사흘도 못 간 '협치' 멜로디

20대 국회 앞두고 살얼음판

정치권에서 살랑이던 '협치'(協治) 멜로디가 16일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에 '파열음'을 양산하고 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청와대 회동으로 '협치' 가능성을 엿봤으나 불과 3일 만에 정치권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협치 1순위' 조건으로 내건 제창 허용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면서 협치와 소통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무효를 선언하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에 공조키로 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새누리당도 20대 국회에서 협치를 토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를 구현하려던 당초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정부에 재고를 요청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촉발한 파장으로 정국은 20대 국회 개원도 하기 전에 살얼음판으로 돌변했다. 더욱이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뿐 아니라 보수, 진보 단체를 중심으로 사회갈등을 초래하는 이념 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박 대통령이 '지정곡 불허'제창 허용'의 절충점을 찾아낼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날 보훈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금년 행사(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는 게 이유였다.

야당은 격앙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청와대 회동 이후 조성된 '협치 무드'가 백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박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에 공조키로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야권은 정부의 재고가 없으면 정국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원 구성 협상을 비롯해 쟁점법안 처리, 구조조정과 관련된 여'야'정 협의체 가동 등 산적한 정국 현안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정권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이날 한 토론회에서 협치를 위해서는 대통령 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재고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국론 분열을 피하는 좋은 방법을 검토하라'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보훈처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보훈처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에는 동참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