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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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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가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업 때는 열중했지만 쉬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잘 놀았다. 급우들이 그에게 물었다. "집에서는 잠 안 자고 공부하지?" "아니, 하루에 7, 8시간씩 자는데?" 나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본다. 타고난 천재인데다 그만의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오히려 지나치게 장시간 동안 암기에 몰두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면 이를 처리하느라 뇌의 전두엽이 바빠지는데 과부하로 인해 처리 능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면 실행 속도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이럴 때는 메모리에 쌓인 프로그램 중에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하거나 컴퓨터를 재부팅 하는 것이 좋은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뇌도 쉬어야 잘 돌아간다.

뇌과학자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쉬거나 잘 때에도 놀지 않는다고 한다. 실타래처럼 엉클어진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옮겨놓는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조각 모으기 작업 비슷한 일들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쉴 때의 뇌는 각성 상태일 때 못지않게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정립하다가 난제에 부딪히면 바닥에 쟁반을 놓은 뒤 구슬을 쥐고 편안한 의자에 앉은 채 생각을 멈췄다. 비몽사몽에 빠져들면서 힘이 풀려 구슬이 쟁반에 떨어져 소리를 내는 순간 섬광처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목표 달성에 대한 동기 부여 및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가 폭주하는 요즘 지난 7일 수원에서는 '국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그 나름대로 '무념무상 모드'에 자신 있다는 각국의 70명이 참가해 멍을 때렸다. 멍때리기 대회는 2014년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바 있고 지난해 베이징에서 2차 대회가 마련됐으며 오는 22일에는 '2016 한강 멍때리기 대회'도 예정돼 있다.

멍때리기 대회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은 구성원들의 뇌가 그만큼 혹사당하고 있다는 사회상의 방증일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현대인들의 뇌는 쉴 겨를이 없다. 틈나는 대로 멍을 때려보는 게 어떨까. 효과가 더 있다고 알려진 명상이나 기도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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