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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내 폭력, 출동 경찰 "속 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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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통해 상황 파악 애먹어, 피해자 보호 때 놓치기 일쑤

3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대구에 온 베트남 여성 A(38) 씨는 시어머니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그나마 자기편을 들어주던 남편마저 폭력을 휘두르자 A씨는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베트남어를 하지 못했고, 지역 NGO센터의 통역이 온 후에야 A씨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가정폭력 등 대구의 다문화가정 내 갈등이 늘고 있지만 경찰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담 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피해자와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에는 7천332가구의 다문화가정이 거주하고 있다. 5년 전의 5천900가구에 비해 24.2%(1천432가구)나 늘었다. 늘어난 다문화가정의 수만큼 가족 간 갈등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다문화가족 전화상담센터인 다누리콜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천517건에 이른다. 상담 중 절반 이상이 가정 폭력이나 가족 구성원 간 불화, 이혼 상담 등 가정 내 갈등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초기 대응에 따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출동하면 의사소통 문제로 상황 파악에 애를 먹는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대구시내 한 지구대 경찰관은 "피해 여성을 가해자와 분리하고 진술을 들어야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지방청 차원에서 전담 부서를 꾸려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범죄예방교실과 운전면허교실, 자율방범대 등을 지원하고,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주여성을 전담하는 외사경찰관을 경찰서별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원 사업은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거주 외국인 모두 대상이고,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도 기존 업무 외에 추가로 업무를 맡는 식이어서 중점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책임 부서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은 전담부서인 여성청소년수사팀 대신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사계에서 담당한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담당 부서를 통일해 교육을 진행하고 지구대 경찰관의 현장 대처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시스템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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