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아동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부모의 학대 때문에 시설에 온 아이가 불안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데 애를 먹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를 학대한 부모로부터 동의를 받는 과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A씨가 돌보고 있지만 법적 보호자는 친권을 가진 부모인 탓이다. A씨는 "병원 치료뿐만 아니라 통장 개설이나 휴대전화 개통까지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번 학대 부모를 만나거나 우편으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양육시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육시설은 피해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키우는 곳인데도 법적 권한이 없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해 학대 가해자인 부모를 설득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 학대가 발생하면 법원은 법정대리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청구를 받아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보호명령이 내려지면 피해 아동은 임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학대 수준이 심각하고 6개월이 되도록 부모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피해 아동은 양육시설로 옮겨 장기간 생활하게 된다.
문제는 양육시설이 갖고 있는 법적 권한이다. 양육시설의 시설장은 아이를 보호할 수 있지만 부모를 대신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일상생활이나 병원 치료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일일이 학대 가해자인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양육시설 시설장들은 학대 아동을 돌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은 아동은 장기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부모의 동의를 받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양육시설 관계자는 "부모 동의를 받을 때 가해자인 부모가 피해 아동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명환 대구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법적으로 친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친권 제한이나 후견인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학대 부모가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 소송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아동학대처벌법의 허점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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