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저명한 시인은 여행을 '몸으로 쓰는 시(詩)'라고 표현했다. 머리와 가슴만이 아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이야 말로 영혼을 울리는 시 구절과 인연이 잘 닿아서 그런가 보다. 비단 예술가뿐 아니라 암담한 현실과 팍팍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이번 여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보자. 뜨거운 가슴을 안고 떠나는 나홀로 여행만큼 스스로 선사하는 소중한 선물이 없다. 혼자 걷다 쉬어도, 때론 머물러 자고 천천히 가도 그 느림 자체가 행복이고 편안함이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나홀로 배낭여행족과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훌쩍 떠나 세계 곳곳을 누빈 그들의 감성 충만한 여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배움을 위해, 누군가는 도전하기 위해, 누군가는 일상처럼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의미는 다르지만 여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내가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는가를 되짚어 봐도 여행을 최고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나홀로 떠나는 여행은 여행족이라면 반드시 권하는 아이템이다. 여행 칼럼니스트로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한 카트린 지타는 "함께 사랑하고, 각자 여행하라"고 권유한다. 찰떡궁합처럼 가까운 사람과 여행을 떠나 막상 여로를 함께하다 보면 예전엔 잘 몰랐던 상대방의 단점이 극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각자의 인생관이나 여행스타일이 비슷하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여러모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미지의 땅에서 혼자 고독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주저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나홀로 배낭여행을 알차게 가는 법을 물어봤다.
◆여행에 필수적인 '증' 만들기
해외여행을 떠날 경우 여권은 타지에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줄 기본적인 신분증이다. 여권은 가까운 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기존에 여권이 있을 경우 유효기간 확인은 필수. 유효기간이 6개월 미만 남은 여권은 입국을 불허하는 나라가 많으므로 재발급받아야 한다. 또 여행계획 중인 국가를 입국하기 위한 비자가 필요한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여행 중 혹시 모를 사고로 인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내일투어 서영학 대구지사장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은 대부분 보험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만, 개별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자보험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면서 "여행 중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생각보다 훨씬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자보험은 의료사고뿐 아니라 해외에서 물품을 도난당했을 경우에도 귀국 후 일부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 특히 체코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자보험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체코의 외국인체류법에 따라 체코에 90일 이하로 체류하는 여행자는 영문 여행자보험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값싼 항공권 구하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배낭여행객이라면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항공권을 손에 거머쥐는 것이 최대 과제다. 배낭여행 항공권 경우 직항보다는 경유, 장기보다는 단기, 성수기보다는 비수기를 선택해서 구입하면 저렴하다.
30년 동안 전 세계 76개국을 나홀로 배낭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여행소통전문가 제임스 리 씨는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가고자 하는 나라의 거리별로 항공권을 구입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1년 전에 항공권을 구입하면 제일 싸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경험상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미주나 유럽, 호주 등의 나라는 6개월 전에 항공권을 끊는 것이 가장 싸다. 5시간 전후의 인도 같은 나라는 3~5개월 사이에 구입하는 것이 좋고, 동남아시아 등의 가까운 나라는 3개월 이전이 가장 좋은 시기다." 그는 "3개월 안으로 들어오면 항공권은 비싸지며, 특히 이런 저가의 항공권은 대부분 경유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권 전 조건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낭은 가벼워야 한다
배낭여행객들에게 가장 큰 문젯거리는 짐이다. 짐이 무거워질수록 행동반경이 제약되거나 또는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 그래서 배낭여행 전문가들은 반드시 필요한 짐만 간편하게 메고 갈 것을 주문한다.
서 지사장은 "비상의약품이나, 출국 전 미리 꼭 챙겨야 하는 물품 외에는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무인도가 아닌 이상 여행지에도 사람이 사는 만큼 필요한 물품은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면서 "또 귀국 후에는 현지에서 산 물품들이 배낭여행의 좋은 추억거리로 변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제임스 리 씨는 간편한 배낭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짐이 무거워지면 질수록 여행경로는 복잡해지거나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특히 분실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 그는 또 "짐이 단출하면 비행기 내에 들고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착 시 짐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싼 항공권은 경유하는 경우가 많아, 짐을 분실하는 사고가 많은데, 이런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권했다.
그는 또 "배낭여행은 체력과의 싸움이다. 나는 여행 가기 1년 전부터 등산을 하며 체력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면서 "시차와 기후 등에 적응하는 데 체력이 필수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낭여행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경고했다.
◆잊지 말고 챙겨야 할 물품
짐을 가볍게 하더라도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물품들이 있다. 서 지사장은 세면도구와 비상약을 꼽았다. 여행지의 저렴한 숙소에는 세면도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현지의 약국에서 약을 사려면 가장 어려운 단어들을 총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비상약은 필수다.
세면도구는 사용 후 버리면 부피가 줄어드는 일회용이 좋다. 건조가 쉽게 되는 스포츠수건도 용이하다. 의약품으로는 감기약과 소화제,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 진통제, 상처용 연고와 반창고를 꼽았다.
제임스 리 씨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충전기로도 쓰이는 여행용 멀티어댑터가 필수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여러모로 짐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유용하다. 카메라로도 쓸 수 있고, 각종 정보를 볼 수 있어 여행책자나 지도 등을 들고갈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옷가지 경우 들고가서 한 번 입고 버릴 수 있는 낡은 옷들을 들고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낭여행객이 절대 피해야 하는 옷으로 청바지를 꼽았다. 국내 한 여행업체 이철오 대표는 "흔히 아무 곳에서나 입기 편한 옷으로 청바지를 꼽는데, 배낭여행 시 가장 멀리 해야 하는 옷"이라면서 "움직임이 불편한 데다, 한 번 세탁하면 잘 마르지 않아서 오히려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고가의 신발 대신 여름엔 간편하게 신을 수 있는 플립플롭(조리)나 슬리퍼, 겨울엔 편한 운동화를 추천했다.
※제임스 리씨가 추천하는 여행 사이트
-론리플래닛 www.lonelyplanet.com
-전 세계 최저항공권 비교사이트 www.lowcostairlines.org
-전 세계 숙박사이트 www.agoda.com
-원월드익스플로러 www.oneworld.com(핀에어, 영국항공, JAL, 캐세이퍼시픽 등)
-스타얼라이언스 www.staralliance.com(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등)
-스카이팀 얼라이언스 www.skyteam.com(대한항공, 에어프랑스, 알 이탈리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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