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포항의 철강, 대구의 섬유, 그리고 구미의 전자산업을 통해 산업화를 이끌었으며, 정치적으로는 3명의 대통령이 태어나고 2명의 대통령을 길러낸 자부심이 무척이나 큰 고장이다. 그러나 최근 두 건의 대형 국책사업 발표가 이런 자부심을 가진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영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고, 미래를 위해 국가의 제2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다. 하지만 정부는 미래를 바라보는 냉철한 판단보다는 갈등을 피하기 위한 원칙 없는 정치적 결정으로 대구경북민들을 실망시켰다.
연이어 지난 7월 13일에는 국방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최종 낙점했다. 사드 포대에 배치될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예정부지가 될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함으로써 성주 군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현 여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여당이 전국적으로 참패하는 상황 속에서도 경북에서만은 100% 여당 의원들이 당선되는 진기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 정권에 대한 지역의 무한사랑은 결과적으로 독(毒)이 되어 돌아왔다.
정부는 대구경북에 대하여 지역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규모 기업유치나 신성장 산업발전을 주도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 주기는커녕, 전국 원자력발전소의 절반과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 등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 시설만 안겨 주었다.
한때 '충청도 핫바지'란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영호남 지역 구도에 불만을 품어왔던 충청권 정치인들이 지역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충청권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제 그 '핫바지'를 대구경북이 물려받을 기세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해 주었지만 그 결과는 지역에 대한 홀대로 돌아오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핫바지의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동안 대통령을 향해 막연한 기대감으로 뜨거운 갈채를 무한정 보냈지만 대통령은 끝내 우리 지역을 향해 진정성 있는 눈길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제 대구경북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지역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달라고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막혀 있던 다양한 시도민들의 목소리가 공론의 장으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래서 대구경북에도 건전한 비판 세력들이 길러지고, 어느 한 세력이 지역을 독점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더 이상 연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정부의 책임 인식과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구공항 통합이전도 전시성으로 흐를 우려가 있는 만큼 구체적 사업진척이 신속히 이뤄지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사드 역시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면서 지역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에 대해 핫바지처럼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이 아침, 조선후기 당시 여권이었던 노론의 실정에 대해 수천 명이 연대 서명한 만인소(萬人疏)를 통해 준엄하게 꾸짖던 꼬장꼬장한 영남 선비의 의기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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