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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함께] 오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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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1970~ )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

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

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잃고

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

내 몫의 비극이 남아 있음을 안다

누구에게나 증오할 자격이 있음을 안다

오늘 나는 누군가의 애절한 얼굴을 노려보고 있다

오늘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혼자서는 못하는 마음이 있다. 사랑과 증오가 그렇다. 같이 떠날 사람이 필요할 때나, 당신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 길이를 대어 볼 때, 문득, 마음속에서 '가끔 네 안에 숨을게'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 마음은 혼자서는 못 간다. 우린 자주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사람의 비누 냄새는 어디로 갔는가? 스무살 우리는 왜 바다로 달려갔는지? 같은 질문, 그놈들 좀 혼내줘…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지? 가 아니라 그것은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으며 시간이 흐른다.

내 손바닥 안에 들어온 경칩과 문살들처럼. 혼자선 못하는 마음이 있다. 사람들은 물에서 건져 올린 거울을 빛에 말리기도 한다. 슬픔마저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 증오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 되어간다. 환각은 고통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볼 수 있는 것 사이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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