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명산 비슬산을 보유한 달성군이 당일치기 관광지에서 벗어나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변신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에는 관광객이 알아서 와주기만을 바랐다면 이제는 지역관광의 매력을 적극 홍보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몇 시간 만에 떠나는 단순 경유형 관광보다는 특색 있는 지역음식을 사 먹으며 숙박을 하고 체험을 하면서 기념품이나 특산물도 사 갈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을 붙들어 놓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달성군을 방문하는 개인이나 단체 관광객들은 비슬산의 대견사나 자연휴양림, 낙동강 사문진 등 몇몇 관광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휙 둘러보곤 서둘러 떠난다. 일부에서는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대소변만 남겨놓고 간다는 탄식도 나온다. 관광객들만 원망할 일이 아니다. 달성군에는 관광객들이 단 하루라도 휴식을 취하면서 머물만한 시설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슬산에 유스호스텔 건립
현재 달성군에는 연간 50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지만 50여 곳에 달하는 여관과 모텔 급 수준의 숙박시설이 있을 뿐 관광객들이 편안히 묵고 갈 호텔 등 관광용 숙박시설은 전무하다.
그래서 달성군이 내놓은 '빅카드'가 비슬산 자연휴양림 일원에 조성 중인 유스호스텔 건립 사업이다. 지난해 1월 유가면 용리 비슬산 자연휴양림 입구 주차장 부지를 유스호스텔 사업지역으로 선정하고 부지 매입에 나서면서부터 사업추진이 시작됐다.
처음 달성군은 이곳에 기업체 직원이나 각 단체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수원은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만이 숙박이 가능해 준공 후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달성군은 연수원이 아닌 유스호스텔로 사업을 변경하게 된다. 유스호스텔의 경우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의 개별 숙박도 가능해져 군 세수를 올릴 수 있는데다 '체류형 관광도시 만들기' 시책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난 7월 22일 유스호스텔 공사 첫 삽을 떴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전체면적은 6천148㎡다. 군비 197억원이 투입돼 내년 10월 완공된다. 설계는 ㈜현대건축사사무소, 시공은 유승토건㈜이 맡았다.
달성군이 지난해 8월부터 비슬산 유스호스텔 설계공모에 나선 결과 14개 업체가 참가등록을 했고, 같은 해 11월 응모작품에 대한 심사결과 현대건축사사무소가 당선작으로 선정돼 설계용역권을 부여받게 됐다.
특히 현대건축사사무소는 지난 5월 준공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을 설계할 정도로 지역 건축계에서는 기량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슬산 유스호스텔 건립공사의 특징은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비슬산의 지세 등 풍수를 가미한 경사지붕은 티타늄과 아연이 합금돼 푸른빛을 띠도록 했다. 주로 젊고, 씩씩하고 푸름을 상징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올 것을 감안한 것이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이들을 위해 문턱을 없애는 동선의 평지화, 장애인 특별침실(1인실), 화장실 바닥엔 마찰력이 큰 타일을 깔고, 욕조는 노인이 타고 넘기 쉽도록 턱을 낮추도록 했다.
◆유스호스텔, 주변 자연환경과 동화
지하 1층엔 대강당을 비롯한 회의'관리'연회실, 휴식공간, 카페테리아, 기념용품점 등의 부대시설, 지상 1~3층엔 2'3'4'8인실의 객실이 들어선다. 객실은 80실에 300명가량을 수용한다. 2개 동으로 분리된 숙소동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인(人)자 구조로 배치돼 있다.
설계를 맡은 김무권 ㈜현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물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져 주변 환경을 위압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적절하게 각 건축물들을 배치했다"며 "유스호스텔의 특징은 비슬산 지형의 흐름에 순응하고 주변 자연환경과 동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슬산 유스호스텔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간다는 기분이 들도록 하고, 여기다 관광객들이 건물 내에서 가능한 한 독립적 활동을 강조한 건축물의 '채나눔' 방식을 가미했다고 말했다.
건축물과 숲으로 둘러쳐진 중앙광장과 건물옥상은 휴식공원으로서도 안성맞춤으로 꾸며진다. 숙소동 하부에는 500석 규모의 다목적 강당과 회의실, 연회장을 배치해 대규모 행사나 교육 및 연수회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슬산 유스호스텔의 객실 등 전체 건물의 냉'난방은 지열시스템을 도입해 항상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 등급을 갖게 된다. 지열 냉'난방은 땅속 온도가 지상 온도와 관계없이 15℃ 내외로 유지되는 점을 활용한 기술이다.
겨울에는 지열을 배관을 통해 실내로 전달, 온기를 유지한다.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땅속의 지열을 전달해 실내의 뜨거운 공기를 식힌다. 냉'난방을 위한 별도의 냉동기나 가열장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
◆산업도시에 걸맞은 시너지 효과 창출
계명대 산학협력단 산업경영연구소는 비슬산 유스호스텔 건립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비슬산은 복합관광개발의 최적지로서 이미 조성된 관광 인프라의 활성화는 물론 달성군과 같은 산업도시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특히 비슬산은 군립공원으로서 계절마다 다양한 경관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대견사, 용연사, 소재사 등 천 년 고찰이 즐비하다. 자연과 역사, 과학이 어우러진 비슬산은 청소년 숙박시설인 유스호스텔의 최적입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달성군을 찾은 관광객 수가 450여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마비정 벽화마을 45만2천500명, 대견사 50만341명, 사문진 139만1천387명. 국립대구과학관 67만3천775명, 스파밸리 21만5천524명, 허브힐즈 15만987명, 녹동서원 3만3천787명, 디아크(강정고령보) 89만5천557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달성군에는 각종 뛰어난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에서 날로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라 체류형 숙박시설 확충의 시급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슬산 유스호스텔의 투자 지출에 대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로는 생산유발효과 390억3천800만원, 소득유발효과 83억7천900만원, 고용유발효과 3천200명, 부가가치유발효과 159억1천600만원, 수입유발효과 34억7천100만원, 세수유발효과 19억400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개발대상 부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100% 이하, 높이 3층 이하 규모로 교육연구시설을 건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체류형 관광,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기대
특히 대구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과 학교의 단체 연수뿐만 아니라 기존 비슬산 관광객들의 이용 가능성, 청소년 및 대구과학관의 가족단위 이용객 등을 고려하면 연수원보다 유스호스텔 건립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비슬산 유스호스텔의 수익성(회전율 70%)은 객실수익(총80실) 13억9천400만원, 회의실 등 대관수익 4억3천900만원, 기타매출(식사) 6억7천100만원 등을 포함해 연간 25억4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산출됐다.
이에 비해 연간 운영비는 직원 인건비(18명) 5억3천746만8천원, 복리후생 및 보험료 9천176만6천원, 시설운영경비 2억2천511만원, 기타매출원가 4억467만원 등 총 12억5천90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비슬산 유스호스텔 사업의 타당성 분석에서도 순현재 가치(NPV)는 53억7천300만원, 비용편익분석(B/C)은 1.13으로 나타났다. 편익과 비용 중 편익이 비용보다 클수록(B>C) 사업의 경제성은 높게 나오며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B/C)이 '1'보다 클수록 경제성이 좋다.
또 내부수익률과 자본 비용을 비교하여 수익률이 높으면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내부 수익률(IRR)은 7.4%로 나타났다. 비슬산 유스호스텔의 최초 손익분기점(사회적 할인율이 5.5%일 때)은 유스호스텔 준공 후 25년째 되는 시점으로 건립 타당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유스호스텔이 완공되면 기존의 문화관광시설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되는 등 지역 문화관광산업 및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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