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넘버원 청송사과] <중>새로운 시도로 성장

신품종으로 결실 '부흥' 자판기 개발 유통 대박

청송 농민들이 20년 전 들여온
청송 농민들이 20년 전 들여온 '신경북형 사과'가 사과시장의 불황을 끊고 사과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청송군 제공
청송사과유통공사는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생활 흐름을 주목하면서
청송사과유통공사는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생활 흐름을 주목하면서 '청송사과자판기'를 개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종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 2년 연속 사과시장은 그야말로 '불황'이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사과 15㎏ 한 상자가 2만원 하던 것이 5천원으로 주저앉았고 1t 화물차량 짐칸에 사과를 가득 싣고 공판장에 가도 재배 원가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사과 가격 폭락은 사과 주산지인 대구경북의 경제를 주저앉게 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다른 작물보다 사과가 고소득을 보장하다 보니 논밭을 갈아엎고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사과 과잉 공급 현상이 일어났고 포도와 귤 등의 과일에 밀리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농민들은 눈물을 삼키며 수확한 사과를 땅에나 묻거나 내다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청송의 호기심 많은 농부들이 사과 선진지를 견학하면서 신품종 묘목을 몰래 들여와 이 불황을 깰 묘안을 찾았다. 이 묘목은 성인이 서서 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무 높이에다 밀식으로 재배까지 가능해 수확량을 몇 배나 늘릴 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사과 주산지에 널리 보급된 '신경북형 사과'였다.

◆신경북형 사과와 청송

지난 4월 15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도내 15개 사과 주산지 시장'군수와 농민'단체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사과 혁신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는 20년 전 국내 사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던 경북사과가 가격 폭락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신경북형 사과의 도입으로 그 위기를 돌파한 것에 대한 기념행사였다.

이 자리에 백발의 한 농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손계용(80) 씨다. 그가 바로 이탈리아에서 묘목을 들여와 신경북형 사과를 전국 최초로 보급한 인물이다.

1995년 1월 청송군 현동면 현동과수협업단지의 대표였던 손 씨 등 주민 10명이 세계 최고 사과 주산지인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 지방을 방문했다.

손 씨 일행은 그 지역 사과 연구기관과 지도기관, 판매조합, 유통 및 가공시설 등을 둘러보면서 자신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작은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높은 생산량과 품질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손 씨는 일행들과 상의하고서 Kanepple 묘목회사로부터 이 묘목을 2천 주 샀다.

하지만 이 묘목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정부 사전 허가 없이 외국으로부터 어떠한 동식물도 반입할 수 없었다. 역시나 김포공항 동식물검역소에서 묘목이 적발돼 직원들이 원칙대로 묘목을 없애려는 순간 손 대표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농지원부를 꺼내 그들을 막아섰다.

손 씨는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이며 사과값 폭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묘목을 잘 키워 나눠주려고 한다"고 읍소했다.

농민들의 마음을 전달받은 검역소 직원들은 "꼭 잘 키워서 성공하라"며 그들 가방에 다시 묘목을 담아줬다. 1996년 1월 경북과수대묘협회가 이탈리아를 재방문해 묘목 2만 주를 더 들여와 모든 검증 절차를 거치고서 손 씨의 과원에 심겨졌다. 이후 전국으로 보급돼 사과 생육 발전에 큰 공을 세웠고 이것이 바로 신경북형 사과다.

◆청송사과자판기로 또 한 번 앞서가는 청송사과

요즘 혼자서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많아졌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자판기다. 청송은 이런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과 한 알, 음료 한 봉지 때문에 마트를 찾을 수 없는 싱글족을 위한 맞춤형 사과자판기를 개발했다.

청송사과유통공사(대표 권명순)는 지난해 7월 국내 처음으로 청송사과자판기를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설치했다. 이 사과자판기는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어 금방 수확한 사과와 사과즙을 신선하게 보관'판매하고 있다.

청송사과자판기 설치 이후 하루 평균 7만원, 주말이면 최고 30만원까지 매출을 올리며 커피자판기 매출 10배에 달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자판기 설치 요청을 받은 청송은 현재까지 전국 20곳에 청송사과자판기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요청으로 청송사과자판기 기술을 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고 제주공항 등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에 청송사과자판기를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권명순 청송사과유통공사 대표는 "청송사과자판기에는 제철에 나온 청송사과 품종이 보관'판매돼 있어서 철에 따라 다양한 사과 품종을 접할 수 있다"며 "사과는 한 사람이 먹기 좋은 크기로 선별해 세척'포장까지 끝낸 것이라 단돈 천원으로 금방 따낸 청송사과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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