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근무 2년차 영업사원인 A씨는 처음 보는 사람과 쉽사리 친해지는 성격이 아닌 탓에 요즘 애를 먹고 있다. 누나들 사이에서 자란 탓에 어릴 때부터 형님이란 말이 낯설지만 요즘 접대 자리에선 누구나 형님으로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접대 자리에서 과장(의사)님, 원장님 등 직책 대신 무조건 형님으로 부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스스럼없이 형님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한 달가량 지나면서 법이 정착되는 모습을 보이자 법망을 비켜가려는 '꼼수'도 난무하고 있다. 일부 고급 음식점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하는가 하면 눈을 피해 떠나는 원정 접대도 성행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고급 한우집은 2주 전부터 가게 쿠폰을 발매하고 있다. 쿠폰은 장당 1만원권에서 3만원권으로 구성됐는데, 가게에서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다. 접대자리를 마련하는 쪽에선 미리 여러 차례에 걸쳐 선결제를 한 뒤 금액만큼 쿠폰으로 돌려받는다. 이후 실제 접대 자리에선 접대 당사자에게 쿠폰을 건네는 것이다. 접대가 끝난 뒤엔 마치 각자가 쿠폰으로 계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끼우기 접대도 있다. 고급 음식을 주문한 뒤 동시에 뚝배기 등 저렴한 개별 메뉴를 주문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메인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고급 일식집 등에서 주로 애용된다.
원거리 접대도 등장했다. 얼굴이 이미 알려진 곳을 떠나 다른 시도로 원정 접대를 가는 것이다. 단골집이 아닌 이른바 '생판 모르는 집' 등 새 가게를 뚫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골집 사장이나 종업원이 언제 내부 고발자가 돼 배신할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피하자는 의도다. 실제로 고급 식당이나 유흥가 등에선 식당 매니저, 종업원을 조심하라는 말이 청탁금지법 피하기의 금과옥조로 통한다.
고전적인 방법도 자주 쓰인다. 미리 현금을 만들고는 접대 자리에서 현금을 건넨 뒤 각자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골프장 등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꼼수다. 이 밖에 가게 주인은 물론 손님끼리도 명함 주고받지 않기, 가게 칸막이 치기, 쪽문 만들기 등의 수법들도 회자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꼼수는 매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고급 식당이나 술집이 권리금이 더 떨어지게 전에 매상을 부풀려 가게를 제값에 넘기는 것이란 한탄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들은 "대구의 경우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가게를 유지하기도 힘겨운 상황이었는데 청탁금지법까지 생겨난 바람에 갖은 꼼수를 써도 여의치 않다"고 푸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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