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낭 메고 세계 속으로] 오사카·교토

적 감시 오사카성 꼭대기, 시내 한눈에 훑는 천혜의 전망대

오사카 여행의 대표이자 일본 3대 성 중 하나인 오사카성.
오사카 여행의 대표이자 일본 3대 성 중 하나인 오사카성.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서는 유카타를 입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골목에는 조그만 술집들이 이어져 있다.
'물이 맑은 절'이란 뜻을 가진 청수사.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서는 유카타를 입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골목에는 조그만 술집들이 이어져 있다.

11월 중순 2박 3일 일정으로 오사카, 교토를 다녀왔다. 오사카성은 오사카의 대표 관광지이다. 일본의 3대 명성 중 하나이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며, 오사카 시민들에게 휴식터를 제공하는 공원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권역에서 지은 유적 중 규모가 크고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해자를 넣어 건설한 대표적인 곳이다. 해자가 있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중국의 자금성, 그리고 오사카성이다. 오사카성은 그중 규모는 작지만 적의 침입이 가장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 성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데, 오사카 시내를 사방으로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올라가는 방법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데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각 층마다 비치되어 있는 자료들을 둘러보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오사카성을 나와 저녁도 해결할 겸 온갖 음식들이 다 모여 있어 맛의 거리로 유명한 도톤보리로 갔다. 여기서 꼭 맛을 봐야 한다는 유명한 음식 종류만 수십 가지나 된다. 회전초밥 식당에서 스무 접시 정도를 해치운 뒤 소화도 시킬 겸 도톤보리 강가를 거닐면서 늦은 밤 이국의 문화에 취해본다.

다음날 일찍 교토로 향했다. 교토는 오사카에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든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지하철과 전철, 그리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연계돼 있어 비싼 택시를 이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교토는 우리나라 경주처럼 일본의 대표적인 고도이다. 과거 1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으며, 도시 전체가 유물로 이루어져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교토역에 도착하면 1층에 안내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교토 버스 하루 종일권을 5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한국어판 안내 책자도 무료로 나눠주므로 챙기면 좋다.

하루 일정으로 돌아볼 만한 곳은 청수사, 헤이안 신궁, 은각사, 금각사, 니조성 등인데, 이들 순서대로 다니는 게 효율적이며 모두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들이다. 특히 몇 군데 곱게 물든 가을 단풍과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정원은 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먼저 '물이 맑은 절'이란 뜻의 청수사로 갔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좁은 길은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즐비하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에서 파는 다양한 품목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나다. 골목에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빌려 주는 상점이 드문드문 있어 청수사를 돌다 보면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유카타를 입은 관광객들은 특별한 체험에 즐겁고, 이를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은 좋은 추억을 담을 수 있어 좋다. 절 안에 인공으로 만든 조그만 세 갈래의 물줄기가 있는데 지혜, 사랑,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갈증을 풀기도 하며 물을 받아먹는 재미도 더해 준다.

은각사는 산속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울긋불긋한 단풍과 예쁜 정원을 가져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당은 흰 모래로 곱게 꾸며놓고 별장 같은 분위기라, 연못에 걸터앉아 차 한잔 마시면 운치 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바쁘게 교토를 둘러본 후 저녁에 오사카 난바역에 도착했다. 숙소 위치를 확인하려는데 휴대폰이 죽어 있었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담고 로밍까지 해 왔는데…. 하루 종일 나의 괴롭힘에 시달린 탓이리라. 예비 배터리도 챙기지 않았다.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정보는 프린트를 해두거나 하며 2중, 3중으로 준비를 했을 텐데, 일본은 여느 나라보다 자주 다녔던 곳이어서 만만하게 생각한 게 실수였다. 나의 교만함에 숙소를 찾는 데 2시간 이상을 날려 버렸다.

숙소에 들어와 휴대폰을 충전하는 동안 욕실에서 뜨거운 물로 몸도 급하게 충전한 뒤 다시 거리로 나섰다. 여행에선 낮의 즐거움도 크지만 밤 문화가 주는 즐거움도 매력적인 법이다. 외투를 적실 듯 말 듯 내리는 가랑비와, 늦은 밤 스멀스멀한 날씨가 따뜻한 오뎅 국물과 미지근한 사케를 당기게 한다.

난바역 뒷골목 중에는 두 사람이 비켜 가려면 한 사람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어야 할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이 골목들에는 겨우 1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술집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다. 그중 제법 나이가 든 손님들로 채워진 술집으로 들어갔다.

진열된 사케 종류는 한꺼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처럼 생긴 얼굴이지만 그리 밉상스럽지 않게 보이는 주인에게 가장 맛있는 사케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지체 없이 한 병을 골라 뚜껑을 열고 병 주둥이를 내 코앞에 갖다 댄다. 살짝 비치는 누룩 냄새는 코끝에서 사라지고 이내 올라오는 은은한 향이 별로 싫지가 않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동그란 잔에 1천200엔이라면서 최고라고 엄지를 척 올린다. 양에 비해 적잖은 금액이지만 오랜만에 호사를 누려 보기로 했다. 술잔을 건네는 주인이 한 번에 톡 털어 넣으라는 시늉을 한다.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잔을 들어 한 번에 털어 넣으니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이내 온몸으로 열기가 확 퍼진다. 오뎅 국물을 안주 삼아 연거푸 3잔을 들이켜고 나니 취기가 오른다. 조그만 술집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삼삼오오 자리한 손님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간다.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나보다 10년은 젊어 보이고 훤칠한 키의 여성이 말을 걸어온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의 향을 피웠지만 이 여성의 취기는 이미 혀를 마비시킬 정도다. 게다가 어눌한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더 이상 해석이 불가능하다. 여행 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