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신라인의 점복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2016년 경상북도는 5년간 136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신라사대계' 편찬 작업을 끝내고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전 30권)를 발간했다. 이로써 우리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와 이해의 틀을 가지게 되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에서는 신라인의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내었다. 이 중 제17권(신라인의 생활과 문화)에는 신라인의 점복 생활이 정리되어 있다. 신라인의 점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까.

점복은 징표가 되는 어떤 정보 제공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신라인들도 점복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불안을 해소하려고 했다. 특히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들, 즉 전쟁을 시작한다든지 왕이 어떤 새로운 일을 결정해야 할 때에는 신중하게 점을 쳐서 그 결과를 참고로 삼았다. 전문적으로 점을 치는 관리를 두어 나라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점을 치도록 하였으며, 때로는 왕이 스스로 점을 치기도 했다. 선덕여왕이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았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벌휴니사금은 바람과 구름을 점쳐 풍년과 흉년을 미리 알았고 또 사람의 선악을 판단할 줄 알아 사람들이 성인이라 불렀다고 한다.

7세기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리고 살아남았다. 자료에 의하면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전한다. 백제 의자왕 때 궁궐 안의 땅속에서 '백제는 보름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 같다'는 글이 쓰여 있는 거북이를 얻었는데, 의자왕은 이것이 백제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라고 말한 무당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죽여 버렸다고 한다. 고구려에서는 점쟁이 추남이 왕실의 부정을 들추어내는 점을 치자 왕이 이를 싫어하여 추남을 죽였는데, 추남은 원한을 품고 김유신으로 환생하여 결국 고구려를 멸망시켰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통일을 이룬 신라의 입장에서 백제와 고구려 멸망의 원인을 설명한 것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신라인이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예측하는 점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들 이야기에서 백제와 고구려는 잘못된 점복 때문에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였다. 즉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나라가 멸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점복 활동을 왜곡한 왕들의 잘못이 크다고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신라인은 나라의 운명을 예측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백제와 고구려 왕의 실정을 꾸짖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교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신라인이 교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고 구성원 삶의 내용이 좌우된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고대에 점복이 했던 역할은 과학이, 왕이 했던 역할은 정부 기관과 시민 스스로가 담당하게 되었다. 과학적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데 정부 기관과 시민 사회가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과학적 예측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우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는가?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는가? 시민 사회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고 있는가?

몇 천 년 전 신라인들의 생각과 삶은 이처럼 오늘날 나의,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게 한다. '신라사대계' 편찬은 우리에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성찰과 예측을 하도록 거대한 마당을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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