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가 한창 우는 계절이다. '솟쩍적 솟쩍적.' 소쩍새야 타고난 발성기관대로 울 뿐인데 한국 사람의 귀에는 그 소리가 '솥이 적다'라고 들리는 게 참 희한하다. 우리네 선인들은 소쩍새가 '솟쩍' 하고 울면 흉년이 들고, '솟적다'(솥이 적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라고 울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우리 조상들이 한낱 새 울음소리에 예언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한 해 한 해 농사 결과에 따라 사람 목숨이 오갈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애환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학에서 소쩍새는 슬픔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굶어 죽었다는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거기에 담겨 있고, 여인네 섬섬옥수 한 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출가한 총각승이 심산유곡 절간에서 야밤에 벗할 수 있는 소리가 소쩍새 울음이니 어찌 처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문학 속 이미지와 달리 소쩍새는 육식성 조류다. 올빼미류 중 가장 작은 종(種)인 소쩍새는 야행성 기질 때문에 웬만해서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으며 곤충, 거미, 작은 설치류 등을 잡아먹고 산다. 모습을 볼 수 없고 야심한 밤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홀연히 울리는 울음소리가 주는 느낌만으로 소쩍새는 본의 아니게 '슬픈 새'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감정이입이 지나치다 보니 슬프게 우는 새는 죄다 소쩍새라는 오해마저 생겼다. 두견, 자규(子規), 귀촉도, 불여귀(不如歸) 등 옛 시문학에 나오는 다양한 이름의 새들이 다 소쩍새라는 인식이다. 작품을 쓴 사람조차 그렇게 오해를 했다. 국어사전, 백과사전조차 소쩍새와 두견이 같은 새라고 혼용하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대선 막판에 보수 후보 단일화 압박으로 바른정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제일 아픈 것이 동지가 등 뒤에서 찌르는 칼이라는데, 도의도 명분도 적어서 후폭풍이 만만찮다. 이와 관련한 김무성 바른정당 선대위원장의 해명이 참 이색적이다. 집단 탈당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쩍새 우는 사연(말 못 할 사연)이 다 있다"고 한 발언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거의 선문답 수준이다.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궁금증이 더 커진다. 배신과 이합집산이 난무하는 정치판인데 김무성 선대위원장 가슴속 소쩍새는 무슨 슬픈 사연을 안고 울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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