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통령의 스킨십

'소모증'(消耗症)은 극도의 영양 부족으로 전신 쇠약감과 함께 질병 저항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열량 부족에 따른 단백질 결핍이 함께 나타나 '단백질 결핍증'(Marasmus)이라고도 한다. 소모증은 단지 신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부모나 주변 사람에게서 소외되거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스스로 쓸모없다고 여기는 정서적 소모증을 겪는다고 한다.

미국 덴버 의대 연구팀이 일반 가정과 고아원의 아이들을 비교 관찰한 결과 시설 아동들이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더디다는 점을 파악했다. 성장 환경 때문에 심리적 단절감이 훨씬 커 신체나 정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타인과의 스킨십도 제약돼 아이들이 늘 맥이 풀려 있는 등 소외감을 느끼면서 소모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 흔히 신생아는 하루 다섯 번 이상 안아주어야 사망률이 감소한다고 강조한다. 스킨십을 통한 심리적 안정이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스킨십이 연일 화제다. 청와대 내 거처가 정리될 때까지 문 대통령은 홍은동 자택에서 출근하고 있다. 출근길에 만나는 시민들과 손을 잡거나 셀카를 찍는 등 살가운 스킨십에 나서자 대통령 신변 안전에도 바짝 신경 쓰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스킨십은 청와대 안에서도 이어졌다. 11일 수석비서관들과 점심 식사 후 셔츠 차림에 각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채로 야외 차담회를 가졌다. 12일에는 비서동인 위민관 식당에서 기술직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수송'시설부 등 실무 직원과 점심을 같이한 사례가 없어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물리적, 정서적 간극을 좁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참모들과의 관계도 대면을 넘어 스킨십도 마다않는 대통령의 열린 자세가 없다면 서로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AP통신이 냉담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적극 소통에 나서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비교하며 대통령 주변의 변화에 주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허물없는 스킨십은 국민과 정치 지도자 사이에 드리운 심리적 '황사'를 말끔히 걷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손을 맞잡는 이런 신체 언어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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