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 지상 갤러리] 석재 서병오 (11)오언고시(五言古詩)

琴 연주 능한 석재의 흥취

획의 강약·속도에 리듬감

작품에서 석재가 가장 중시하는 예술미는 무엇일까? 이는 서병오 예술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68세 때의 초서 한 폭부터 보자. 글씨를 대할 때 일반적으로 서예인들은 누구의 서체를 본받았는가부터 캐내려 하는 습벽이 있다. 그 자세가 오히려 눈을 어둡게 한다. 이 글씨에서 얻어지는 맛은 우선 전체적으로 필세의 흐름이 강하게 느껴지고, 거기에 유동치는 강약의 박자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리듬감, 즉 음악적인 운율감이다. 그것이 바로 석재 예술의 진면목이다.

서병오 예술은 한시, 서예, 묵죽화, 묵란화가 중심을 이루는데, 그의 자질이나 예술적 감성 면에서 보면 한시(漢詩)가 가장 비중이 높아, 높은 학식을 바탕으로 한 한학자로서 전문 한시인(漢詩人)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그의 학예에서는 무엇보다 시인적 자질이 기본 바탕이 되어 있고, 그 바탕 위에서 서화가 이루어진다. 한시 관련 작품만 무려 400여 수나 남아 있어 일반 서화를 훨씬 능가한다.

한시는 기본적으로 '운율'이라는 음악성으로 살려내는 문예이다. 그가 한시에 능하다는 것은 음악의 운율로 풀어내는 일에 뛰어나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본디 8능(八能) 가운데 하나인 금(琴) 연주에도 능하여 음악적 소양이 깊다. 또한 흥취의 화가이다. 음률 중시의 한시인+음악적인 소양+체질적인 흥취감이 결부되면 자연히 '음악적 리듬감'이라는 예술미가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한시를 시각화시킨 서예에서나 일반 그림에서조차 음악적인 운율미라는 고차적인 예술미가 크게 발현되고 있다.

江南多竹田, 愛錢不愛竹. 竹以直爲貴, 直者先見斷(강남다죽전, 애전불애죽. 죽이직위귀, 직자선견단: 강남에는 대나무밭이 많지만, 돈을 좋아해도 대나무를 좋아하지 않네. 대나무 꼿꼿함 귀하게 여기나, 곧은 것은 먼저 베어지네)

서병오 서예에서는 시각적 흐름이 특징적으로 발현되고 리듬감 없는 작품이 없을 정도다. 시가 아닌 시각예술에서 리듬을 가진 음악성은 획의 강약 변화와 속도감의 차이(리듬감)로 나타난다. 이 글씨에서 볼 수 있듯 흘러가는 그 리듬감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