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이나 건물을 지을때 사람을 주춧돌 아래 매장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인주(人柱)설화가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경주 월성 성벽에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월성(사적 제16호)에서 약1천500년전 재물로 묻은 것으로 보이는 인골 2구가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세기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서쪽 성벽 문지(門址, 문 터)의 기초층에서 하늘을 향해 똑바로 누워 있는 인골 1구와 얼굴과 팔이 이 인골을 향해 있는 또 다른 인골 1구를 지난해 12월 발견했다고 전했다.
땅속에 묻혀있던 인골의 주변에는 나뭇잎과 껍질이 덮여있었고. 발치에서는 4세기 후반∼5세기 초반의 토기 4점이 함께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발굴된 이들 인골을 대상으로 자연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인골의 성별·연령 등을 확인하기 위한 체질인류학적 분석과 DNA 분석, 콜라겐 분석을 통한 식생활 복원, 기생충 유무 확인을 위한 골반 주변 토양 분석 등을 하고 있다.
뼈는 당시 사람들의 체질적 특성이나 인구 구조, 질병 및 건강 상태, 식생활, 유전적 특성 등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앞으로 이 인골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골이 출토된 서쪽 성벽은 조사를 통해 5세기께 처음 축조돼 6세기에 최종적으로 보수됐고, 문이 있던 자리는 유실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경주 월성의 서북쪽 해자에서는 높이가 5∼10㎝에 달하는 독특한 모양의 토우(土偶, 흙으로 빚은 사람 형상의 인형)들과 월성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는 목간도 나왔다.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어른 새끼손가락 크기의 토우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허리가 잘록해 보이는 페르시아풍의 긴 옷을 입었다.
월성 해자에서 새롭게 발굴된 목간 중 글씨를 해독할 수 있는 유물은 모두 7점이다. 그중 한 목간에서는 '병오년'(丙午年)이라는 글자가 확인됐고, 경주가 아닌 지역 주민에게 주어진 관직인 '일벌'(一伐)과 '간지'(干支), 노동을 뜻하는 '공'(功) 자가 함께 기록돼 있었다.
이밖에도 신라시대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곰의 뼈, 가시연꽃의 씨앗 등이 발견돼 이목을 끌고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경주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 축성을 시작했으며, 신라가 망한 935년까지 궁성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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