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 '트럼프'시진핑 앞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주적 대통령'을 강조하며, 당당하게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사드 문제도 미국 주도로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고, 위안부 문제는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자주'(自主)를 더 강조함으로써, 국력의 차이와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무게를 두는 후보에 비해 '더 당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이 된 뒤인 1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잇따라 통화했다. 아베 총리와 나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2015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이견을 표했고, 시 주석과 통화에서는 사드와 북핵을 논의할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모멸'을 많이 겪었던 한국인들에게 '자주'와 '국익'이라는 말은 각별하게 와 닿는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우리나라는 무엇을 내놓아야 할까? 일본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땐,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만일까? 사드 문제를 한국과 중국이 논의해서 어떤 결론을 내리면 미국이 수용할까? 아니면 딱한 우리 사정을 열심히 설명하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할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에서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넨 직후 '한-미 FTA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는 "(한-미 FTA는) 힐러리 클린턴이 만든 끔찍한 협정"이라는 말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한-미 FTA 재협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인 '좌파'진보 진영'은 과거 '한-미 FTA 체결'을 '매국 행위'라고 비판했는데, 재협상에서 그때보다 더 양보하면 어떻게 될까? 이 수많은 물음표들은 'Yes' 혹은 'No'라고 간단하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익과 상대의 국익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우리의 자주권과 상대의 자주권 역시 연결돼 있다. 사드 배치가 곧 자주권을 잃고 국익을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사드 배치는 '국익과 자주'를 지키는 행위인 동시에 '국익과 자주'를 일부 침해받는 요소라고 봐야 한다. 예컨대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잃은 국익을 회복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이는 명백한 자주권 침해라고 봐야 한다. 사드 철회 뒤에는 또 어떤 국익 훼손 사태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재협상이 국익과 자주권을 지키는 것일 수도 있고, 훼손하는 일일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과거사 문제로 초기 2년 동안 일본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박근혜정부가 '위안부 협상'을 왜 갑자기 타결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본 다음 입장을 정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과거사에 붙들려 있는 동안 미국과 일본은 빠른 속도로 '전쟁 가능한 국가, 일본'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는 일본'을 그토록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은 노예 해방과 통합국가를 이룩한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노예를 해방시킨 영웅이고, 다른 하나는 노예제 유지를 찬성한 위선자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이상인 노예제 폐지와 미국이 당면한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링컨은 노예제를 폐지할 경우 노예제에 의지한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남부의 분리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려했다. 또 당장 노예제로 지탱하고 있는 산업의 대안이 마땅치 않음을 고려했다.
양쪽을 두고 저울질을 하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양다리 걸치기'라고 비판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슬아슬하게 양다리를 걸칠 수 있었기에 링컨은 위대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 명분으로서 '자주'국익'과 실질로서 '자주'국익'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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