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운명에 관한 풍습 중에는 유익한 것도 있고 과거에는 참고했지만, 과학의 발달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사용가치가 없어진 것들도 있다.
하는 일이 안 풀려서 상담하러 오는 분 중에는 "제가 지금 '삼재'(三災)여서 정말 힘드는데 어떻게 무사히 넘어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하고 하소연하시는 분이 뜻밖에 많다.
가끔 조용한 절에 간다. 한번은 연초에 아주 유명한 사찰에 갔는데, '삼재 소멸 대법회'라고 쓰인 큰 현수막을 보고 대단히 놀란 적이 있다.
'삼재'는 음양오행의 원리에 근거해 전해오면서 역술인이나 무속인들이 민간신앙과 연관하여 사용해온 운명론 중 일부다. '사주'라고 하면 미신이라고 펄쩍 뛸 큰스님들이 요즘 현대적인 명리를 공부한 역술인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삼재를 써서 '삼재 소멸 대법회'라는 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삼재'는 사주 명리를 배울 때 공부하는 '지지삼합'이란 원리에 띠(나이)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서로 유사한 기운을 가진 3개의 띠가 어려움을 동시에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要旨)이다.
한 개인의 운명이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특성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600여 년 전 유명한 명리학자인 서승(자평)에 의해 주창되어 지금까지 정설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동갑내기(띠)들이 모두 함께, 그것도 3년 동안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삼재'는 과연 타당한가?
해마다 12개의 띠 중에 3개의 띠가 3년간 삼재를 맞이한다. 결국, 우리 국민의 4분의 1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가 된다. 또 요즘 대부분 가족이 4인으로 구성됐으니 확률적으로 가족 중 한 명은 항상 삼재 속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누가 덕을 볼까? 삼재 풀이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최고의 아이템이 아닐까?
역술이든 무속이든 종교든 모두 어렵고 약한 사람들에게 등대가 되어주고자 발생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중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심약한 마음을 이용해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미끼로 삼은, 삼재와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물질을 얻어내는 방법은 결코 정의로운 방법이 아니다. 역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제부터는 삼재를 잊자. 마음이 불안하면 인생은 더 꼬이고 마음이 밝아지면 어려움이 풀린다. 차라리 주변에 열심히 사는 분들을 찾아가서 멘토(mentor)로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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