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 한 가금 거래 상인이 소유한 계류장에 있던 토종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인접 지역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AI 발생지인 동구를 비롯해 인근 북구, 수성구 지역 양계 업계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현재 북구는 70여 곳, 수성구는 20여 곳의 양계농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곳들은 대부분 20~100여 마리 수준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당장 해당 지역인 동구 양계 농장 업주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00여 마리의 닭을 키우며 촌닭구이를 판매하는 식당주인 성모(72) 씨는 가게가 개점휴업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성 씨는 "지금 가게 마당에 닭이 한 마리도 없다. 닭을 사 와서 마당에서 키우다가 손님이 오면 바로 잡아서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가 금지돼 살 수가 없다"며 "앞으로 닭을 팔 수 있는 날이 오면 즉시 연락해 달라고 거래처에 얘기했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인접 지역인 북구와 수성구 양계 농가들은 혹여 AI가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구에서 닭 80여 마리를 키우는 도기종(66) 씨는 아예 사업 정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AI 위험 부담에 소규모 농가의 경우 사업을 정리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동물을 좋아해 계속 일을 해왔는데, 지금 같아서는 가격만 높게 쳐 준다면 그만 정리하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성구에서 6년째 양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채종주(54) 씨는 "가까이서 AI가 발생하니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면서도 "AI가 발생하면 정부가 지나치게 양계 농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어 불합리하다"고 했다. 정부가 전염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놓고 양계 농가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농장은 특화 전략으로 유기농 닭을 키워 전염병에 강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없으면서 AI가 발생하면 인근 농가까지 아무것도 못하게 해버리니 답답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대구 북구청은 지역 내 수매 의사가 있는 농가의 닭을 구입해 처리하는 한편, 남은 농가는 주기적으로 방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성구청도 다음 주 중으로 수성IC 인근에 통제초소 및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농가 예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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