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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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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그 바다를 깨기 위한 발버둥

단호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 홀려 책을 펼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카프카, '변신' 중에서-

멋있다. 이 한 구절이 가슴을 뛰게 한다. 서둘러 책을 펼쳐본다. 저자가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 강의의 주제가 되는 책들. 어디선가 본 익숙한 책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장에 한 권쯤은 꽂혀 있을 법한 책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는 지금까지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저자 박웅현은 광고인이다. 그는 독서의 양이 아닌 오직 깊이 읽기를 추구할 뿐이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단어 하나조차 예사로 지나치지 않는다. 책에 밑줄을 긋고, 옮겨 적으며, 되새긴다. 그로 인해 발생한 작은 파동이 점차 퍼져가며 크나큰 파도가 되어 마음속을 울린다.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고, 매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를 탈 수 있고,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야 빨리빨리 와, 찍어, 가자' 하는 사람. 그리고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간 5박 6일간의 파리 여행에서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라는 그림 앞에서 얼어붙어 사십 분간 발을 떼지 못한 채 소름이 돋은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게 생을 마감할까요? 중요한 것은,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를 보면서 소름이 돋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47쪽)

이 문장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보기 위해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약간의 훈련만 한다면 보기 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지식은 어떻게 쌓을까.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서 도끼로 자신의 얼어붙은 바다를 깬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의 책을 읽으며 훈련을 하다 보면 보기 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김훈 소설가가 쓴 문장의 힘을 들여다보고,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에 감탄하며 고은 시인의 시를 곱씹으며 취한다.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너울을 만들어 낸다. 그 너울 위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둥둥 떠다닌다. 그 너울에 몸을 실어본다. 그를 따라 들여다보고, 감탄하며, 취해본다. 내 마음속에서 시작된 풍요로움이 아님에도 삶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이 책은 풍요로움이 책 속에 있음을 깨우쳐준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기뻐하거나 절망하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깨우쳐 준다. 풍요의 바다에서 마음을 울리는 너울을 타고 떠다니길 원하는 사람, 그들에게는 이 책이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가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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