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동안의 새論새評] 운동권 정권의 사상적 정체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우익은 죽었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운동권 출신, 청와대 비서진의 35%

민주당 의원 절반 가까운 57명 포진

정권의 분위기·주요 의사 결정 주도

사상적 정체 놓고 국민 불안하게 해

지난주 한 일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에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이며, 순수 비서실에 소속된 비서관급 이상 직원 중 운동권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57%나 된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3명 중 운동권 출신은 절반에 가까운 57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분위기와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운동권 정권임을 말해준다.

운동권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민중혁명운동에 참여해온 인사들을 지칭하는 집단적 명칭이다. 민중혁명세력은 1980년대 중반 자기들이 실현하려는 혁명을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으로 설정했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은 무엇을 하자는 혁명인가? 아래 인용문은 NLPDR에 관한 운동권 자신들의 설명이다.

"현재 남한 사회가 가진 가장 중요한 네 개의 모순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모순 ▷독점 大(대)부르주아지와 그 외 계급들 곧 민중 간의 모순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이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 모순의 해결은 사회주의혁명이며, 독점 大부르주아지와 민중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민중민주주의혁명이며,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민족해방혁명이고,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통일이다. 남한 혁명에는 독점 大부르주아지와 민중 간의 모순 및 남한과 미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과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모순과 남한과 북한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통일'사회주의혁명이라는 두 단계가 나타나게 된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우리의 당면 목표는 사회주의 실현과 통일이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의 기관지 『노동자의 길』 제33호(1988년 8월) 60~63쪽에서 요약인용-

이러한 설명에 비춰볼 때, NLPDR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곧 운동권은 한반도의 사회주의화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추구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통상적 용어로는 공산주의자들이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공산주의자들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국가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이 전향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청와대 참모진이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들어가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 가운데 명백하게 전향한 인사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또 자료 찾는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임종석 씨를 비롯한 집권세력 내 주요 운동권 인사들의 행적에서 전향에 해당한 언행의 자료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NLPDR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거론하며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사람에게 '왜 사상을 검증하려 하는가?' '시대착오적인 색깔 논쟁을 전개하지 말라' '과거의 일이다' '나는 민주화를 위해서 싸워 왔다' '그런 질문에 분노를 느낀다'는 등 엉뚱한 답변만 하고 질문의 핵심에 대한 답변을 회피해온 기록만 남기고 있다.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위해 투쟁할 때 가진 사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전향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워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일까?

집권세력 내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사상문제에 대한 분명치 못한 태도는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 정권의 사상적 정체가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권의 사상적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버스에 탄 승객들이 운전기사의 정신상태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집권세력 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제발, 사상적으로 전향했음을 명료하게 말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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