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년 백인천이 마지막 4할타자 이제 死했나

韓 1982년, 美 1941년이 끝, 1936년 출범 일본은 아직 없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테드 윌리엄스(1918∼2002)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1941년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 나서기 전 주변으로부터 '그냥 벤치에서 지켜보는 게 어때?'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윌리엄스의 시즌 타율은 0.3996이었다. 이 타율을 유지하면 반올림해서 4할이 되지만, '더블헤더'(같은 날 두 경기를 치름)에서 계속 헛방망이질을 했다가는 '4할 타자' 타이틀을 놓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출전을 고집했고, '더블헤더'에서 무려 8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윌리엄스의 1941시즌 최종 타율은 0.406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의 주인공이다.

'4할 타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가문의 영광이다. KBO리그에서는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이 기록한 0.412가 유일한 기록이다. 백인천이 뛰던 원년 당시 규정 타석은 248타석에 불과해 현재 447타석과 비교하면 체력 면에서 훨씬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 KBO리그 첫해에는 최동원, 김시진 같은 국내 간판 투수들이 그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차출돼 1983년에야 프로에 진출한 것도 백인천이 4할 타율을 기록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백인천 이후 KBO리그에서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1994년 이종범(0.393'해태), 1987년 장효조(0.387'삼성)는 역대 KBO리그 최고 타율 기록에서 백인천의 뒤를 잇는다. 역대 4, 5위 기록은 최근에 나왔다. 에릭 테임즈는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2015년 0.381,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16년 0.376을 기록했다.

1936년 출범한 일본프로야구에는 아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86년 랜디 배스가 세운 0.389다. 일본인 선수로는 2000년 이치로 스즈키가 기록한 0.387이 최고다.

대만프로야구는 상황이 다르다. 2016∼2017년 2년 연속 4할 타자가 나왔다. 왕보룽(라미고 몽키스)은 2016년 타율 0.414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도 0.407을 찍었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앞으로 '4할 타자'를 보기는 힘든 것일까. 세 나라 프로야구의 2017시즌 타격왕은 김선빈(KIA'0.370), 호세 알투베(휴스턴'0.346), 미야자키 도시로(요코하마'0.323)다. KBO리그의 경우 3할대 후반의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가 최근에도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에서 '4할 타자' 재탄생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4할 타자'가 등장한다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율'은 극심한 타고투저에서나 가능한 기록이다. 대형 투수 부족으로 최근 국제무대에서 쓴맛을 본 한국 야구가 다시 4할 타자를 낳는다면, 팬들은 슈퍼스타 탄생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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