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맹맹꽁꽁

만화를 보면서 공부까지 되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학습만화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사학습만화의 원조는 윤승운 화백의 명랑만화 '맹꽁이서당'이다. 1983년 첫 등장한 이 만화는 조선시대 서당을 배경으로 한다. 매회 초반 학동들이 부린 말썽 때문에 화가 난 훈장이 "선대왕을 공부한다"고 외치고는 교훈 삼아 조선시대 역사와 야사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그런데 맹꽁이서당의 만화 속 공식 명칭이 '공맹서당'(孔孟書堂)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공자와 맹자의 앞글자를 딴 뜻깊은 작명인데 학생들은 이를 뒤집어 '맹꽁이서당'이라고 부른다. 훈장은 학동들의 말장난질에 크게 화를 내지만 중구난방(衆口難防'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뜻)으로 인해 결국 포기하고 만다.

훈장으로서 열불 날 수밖에 없는 것이 맹꽁이가 바보를 지칭하는 부정적 어휘이기 때문이다. 맹꽁이가 말 또는 행동이 답답한 사람을 놀릴 때 쓰는 표현이 된 연유는 알 길이 없다. 맹꽁이가 딱히 동물계에서 어리석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개체가 아니어서 그렇다.

오히려 맹꽁이는 매력적인 특성을 지닌 동물이다. 맹꽁이는 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장마철이 되면 밖으로 나온다. 물이 고인 곳에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우는 녀석은 수컷인데 이름과 달리 '맹꽁맹꽁' 하고 울지 않는다. 귀 기울이면 '맹꽁맹꽁'이 아니라 '맹맹' '꽁꽁' 소리가 들린다. 어떤 한 녀석이 '맹맹' 하고 울면 다른 녀석은 '꽁꽁' 하고 톤을 바꾼다. 수컷 맹꽁이들은 차별화된 울음소리를 통해 암컷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다.(하지만 사람 귀에는 그저 맹맹꽁꽁 소리로만 들린다.)

맹꽁이는 옛날 우리 산하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멸종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실제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목록에 올라 있다. 이 귀한 생명체의 국내 최대 산란지가 대구에 있다. 금호강변 달성습지가 그곳인데 매년 장마철이 되면 맹꽁이 수만 마리가 번식을 위해 모여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맹꽁이는 달성습지를 대표하는 스타 동물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가 달성습지 보전 사업을 벌이면서 습지 일부를 모래로 덮어 버렸다. 달성습지에서 맹꽁이를 쫓아내는 것과 진배없기에 참으로 유감스럽다. 이래서 자연보호 사업에는 각별한 지식과 애정, 세심함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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