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국의 작품사진 원포인트 레슨] <하> 사진, 왜 찍을까

경산시 반곡지 못 둑에 서 있는 고목 옆으로 노부부가 걸어온다. 박순국 작
경산시 반곡지 못 둑에 서 있는 고목 옆으로 노부부가 걸어온다. 박순국 작 '손자 태어나'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 이제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좋은 음식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찍어 SNS에 올립니다. 대개는 왜 찍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에는 왜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취미는 나이가 들수록 장점이 많습니다. 실내에만 있지 않고 야외로 나가 몸을 움직이고 좋은 공기를 마십니다. 사람이나 동식물을 찍을 경우에도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프로작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면 돈이 되는지 수익성을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진의 가격에 있어서는 극과 극의 차이가 납니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사진은 호주의 사진가 피터 릭이 찍은 사진 한 장입니다. 미국에서 열린 경매에서 약 71억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애리조나주 계곡에서 촬영한 흑백사진입니다. 그는 "내 모든 사진의 목적은 자연의 힘을 찍어 그 이미지를 통해 열정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랑하고 싶은 상황과 사물들을 촬영합니다. 계절과 날씨의 변화, 하루의 흐름을 일기 쓰듯이 사진에 담습니다.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는 그들은 심심하고 외로울 때, 남들의 관심과 인정이 목마를 때면 무의식적으로 폰카를 집어듭니다. '인증 샷'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럼 됐지 또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지요. 그러나 풍경 사진 하나를 보더라도 바라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 그 자체를 응시하는 현상이지요. 여기에 숲을 둘러싼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공간을 만나는 것입니다. 음식 한 그릇이 내 앞에 나오면 바로 카메라를 들기 전에 그것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 햇살과 물과 농부들, 조리한 사람 등 많은 존재들의 수고를 거친 것임을 느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지요. 모든 것은 늘 변화하므로 진실은 찰나뿐이라고도 합니다. 사진은 그 찰나의 윤곽을 스케치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싼 사진 작품의 작가 피터 릭은 자신이 촬영하는 광활한 자연을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시 피사체의 모습을 음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이 공간이 말해주는 빛의 향기를 느껴보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진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그것이 인공지능으로 대신하는 시대가 되어도 인간만이 가진 신비로운 감성은 대신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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