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친구 신청에 정치인들이 많다. 시대가 많이 변해, 선거의 계절이 왔다는 것을 이젠 이렇게도 알 수 있다. 지난 선거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경기도에 있는 한 도서관 개관식 공연에 초대를 받았다. 오후 2시 개막식 후에 바로 30분 동안 공연을 하기로 했다. 악기 세팅과 음향 체크, 리허설을 위해 낮 12시 전에 도착하기로 하고, 오전 8시에 멤버들을 모아 대구에서 경기도로 출발했다.
일찍 서둘렀던 덕에 여유 있게 도착해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식이 진행되고, 관련 단체장들의 인사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예정에 없는 지역의 몇몇 정치인들이 인사말을 하길 원했고, 도서관 측은 거절하지 못하고 마이크를 내줬다. 이 인사말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대의상을 입고 악기를 든 채, 무대 뒤에서 계속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 담당자는 우리에게 미안해하며 공연시간을 줄여주길 원했다. 행사 진행팀의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상황에 맞게 공연시간을 조절하겠다'고 말하고, 인사말이 끝나는 대로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말은 끝없이 이어졌다. 결국엔 공연을 포함한 전체 행사시간을 넘겨버렸고,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인사말이 끝나고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인사말을 했던 분들이 밖으로 나가면서 그분들을 의전하느라 무대 앞이 소란스러웠다. 행사 담당자가 행사시간이 지났지만 공연을 하지 않으면 사례를 받지 못하니, '멘트 없이 1곡만 하고 내려와 달라'고 했다. 30분의 공연이 단 1곡으로 줄어들었고, 그렇게 1곡을 하고 내려오려는데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쳤다. 1곡만 하기로 했지만 관객들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앙코르를 하고 내려왔다.
반전은 또 있었다. 행사 담당자가 "왜 약속과 달리 앙코르를 한 거냐?"고 역정을 냈다. 우리도 그 말을 듣자 참았던 화가 터져버렸다. 사실은 서로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정치인들의 인사말에 지쳐버렸기 때문에 화풀이 대상을 찾았는지 모른다.
위와 같은 일은 선거철이 아니어도 예술인들은 종종 겪는 일이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의 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문화적 감수성이 발휘되어 사람들의 갈채를 받은 일화도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복지박람회' 개막식 때 특별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올라온 서울시장이 정성을 기울여 준비한 연설을 추운 날씨에 떠는 시민을 위해 포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적 감수성이 뭔지 모르겠는가? 그럼 어릴 적 추운 겨울 운동장 조회시간에 길게 설교하던 교장선생님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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