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상 쌀 함량 20% 이상 맥주
과세표준 적용 30% 인하 지원책
수제맥주 재료 일부 쌀로 대체하면
새로운 맛·쌀 소비 해결·세금 감면
트리펠 카르멜리엇(Tripel Kar-meliet)이라는 벨기에 맥주를 마셨다. 트리펠(Tripel)은 영어의 트리플(Triple)과 같은 뜻. 일반적으로는 맥아(싹을 틔운 보리)를 3배 정도 넣어 맛과 향을 더한 맥주인데 이 맥주는 여기다 보리와 밀, 귀리 등 3종류의 곡물을 넣었다(라벨에도 '3 grains'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
수제맥주 붐이 일면서 이제 맥주 재료는 맥아, 홉, 효모, 물 등 네 가지로 알고 있기는 한데 밀과 귀리는 또 뭔가 싶다.
맥주는 발효주다. 맥아로부터 추출해낸 당분을 효모가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시킨다(알코올발효). 싹을 틔운 보리는 옥수수나 쌀 등 다른 재료에 비해 당분을 추출해내기가 쉽다. 맥주 특유의 맛을 내게 해주는 것도 맥아다. 그래서 맥아가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진다.
하지만 보리로만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을 뽑아낼 수 있는 곡물이라면 맥주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밀맥주가 있고 옥수수맥주가 있는 것이다. 맥아가 다른 재료에 비해 비싼 반면 맥주 자체의 맛을 내는 데는 훨씬 낫다.
그런데도 최근 쌀맥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트리펠 카르멜리엇이 맥아 외에 밀과 귀리를 넣어 맥주를 만들듯이 한국에선 쌀을 넣어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물론 지금도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출시된 쌀맥주가 있긴 하다)
정부도 남아도는 쌀을 소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4월부터는 과세표준까지 인하하는 방법으로 주세법상 지원책을 신설하기도 했다. 쌀 함량이 20% 이상인 맥주는 출고 수량 전부에 대해 과세표준 적용률을 30%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다. 재료값을 줄일 수 있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있으니 소규모 양조장으로선 쌀맥주에 꽤 구미가 당길 만하다.
500년 전 '맥주 순수령'을 공포한 독일은 아직까지 맥아, 홉, 효모, 물로만 맥주를 만드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다른 나라는 일정량 이상의 맥아만 들어가면 '맥주'로 인정하기 때문에 옥수수, 쌀, 귀리 등을 섞어 넣기도 한다. 이럴 땐 맥주 특유의 맥아 맛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양조장에서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음에도 선뜻 쌀맥주에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홉이나 효모와 마찬가지로 맥아도 대부분 수입되고 있다. 보리에 싹이 틀 때 건조하는 핵심기술인 몰팅 기술이 부족해서다. 우리나라의 연간 맥아 수입량은 28만t. 이 중 1만6천t 정도가 수제맥주 제조에 사용되는데 맥아 대신 일정 부분 쌀로 대체하면 연중 수천t의 쌀 소비가 해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몇몇 수제맥주 양조장에선 쌀맥주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부터 쌀로 만든 새로운 수제맥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어쩌면 지난해 발포맥주의 인기처럼 쌀맥주 전성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발포주는 원료 중 맥아 함량을 낮춰 원가를 낮춤으로써 부담없는 가격이 장점이다. 발포주는 맥주에 매기는 주세 72%가 아니라 기타주류에 속해 30%의 주세가 적용된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맛과 풍미, 알코올도수는 기존의 맥주와 비슷해 지난해 대히트 상품이 되었다. 그 자리를 올해는 쌀맥주가 꿰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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